[인터뷰] 강예원 “잘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

<div class="blockquote">“박중훈 선배가 제 눈 안에 장난꾸러기가 들어가 있대요”라며 큰 눈을 힘주며 얘기하는 강예원의 눈을 쳐다본다. 하이톤의 목소리가, 그리고 동그란 눈이 말을 한다. “선배님도 그러세요”라고 장난스럽게 응수했다는 강예원의 눈에서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의 잔상을 찾는다. 그 눈빛에서 해양구조대원 형식(이민기)이 사랑하는 엽기적인 그녀 희미(영화 <해운대>)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의 문을 닫고 교도소에 들어온 유미(영화 <하모니>)에게서 보았던 공허한 눈빛은 “연기하며 미칠 것 같이 힘들었던” 강예원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족을 짐으로 여기는 호스피스 간호사 연수(영화 <헬로우 고스트>)에게서 보았던 삶의 고단한 눈빛을 찾아보지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배우 강예원의 지금은, 생방송 시간에 쫓겨 퀵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엉겁결에 폭탄을 배달하는 미션을 받은 걸 그룹 멤버 아롬(영화 <퀵>)이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장난스러운 눈빛을 간직한 아롬이, 아니 강예원의 또 다른 눈빛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퀵>에서 얼떨결에 폭탄 수송 작전에 휘말린 걸그룹 멤버 ‘아롬’역을 맡았는데 굉장히 밝더라. 어떤 캐릭터인가. 강예원: 전작인 <하모니>나 <헬로우 고스트>에서 계속 어두운 면을 연기했었는데 마침 퀵이 밝은 캐릭터라서 개인적으로 기분 좋았다. 그리고 <해운대>보다 조금 더 밝고 열려있고 투명한 캐릭터다. <퀵>의 아롬처럼 엽기적이거나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영화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감정표현을 서슴없이 했기 때문에 통쾌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해운대>에 함께 출연했던 이민기, 김인권 등과 다시 작업해서 편했겠다. 강예원: 연기하기 너무 편했다. ‘나 혼자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배우 모두가 어떻게 하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지를 함께 고민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줄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자기를 위해 연기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퀵>의 제작발표회에서 보니 다른 주연 배우들이 많이 챙겨 주던데 촬영장 분위기가 어땠나. 함께 출연한 김인권은 강예원을 ‘국보급 배우’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강예원: 우리는 거의 오빠 동생처럼 지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민기까지 편하게 친구처럼 지냈다. 모든 배우가 고창석 오빠의 집에 가서 삼겹살 파티도 했다. 윤제문 오빠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5곡 연속으로 불러주면 나는 감동받아서 울고 있고, 다른 분들은 박수치고. 그러다 또 다른 분이 나도 기타 좀 배웠는데 하며 기타치고. 그런 게 우리에게는 일상이었다. 순수하고 풋풋한 배우들이 모였지. 사실 퀵이 블록버스터로 포장이 된 점은 감사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큰 영화를 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좋은 분위기에서 정말 가족 같은 영화를 찍었다. 내용이 소소하고 서민적이다. 보통 촬영 현장은 여배우를 조심스럽게 대접하지 않나. 강예원: 나는 말없이 촬영장에 앉아있고 그런 성격은 못 된다. 그리고 캐릭터가 워낙 발랄하다 보니까 촬영장에 가면 스텝들이 굉장히 반겨준다. 그러면 민기랑 인권 오빠 같은 경우에는 왜 자신들이 올 때랑 맞아주는 분위기가 다르냐면서 질투한다. 여자 스텝들이 남자배우가 아닌 여자배우인 나에게 환호하니까. (웃음) 이민기가 최근 인터뷰에서 ‘강예원은 뭘 해도 용서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나. 강예원: 철이 없어서 그렇다. 현장에서 철부지 같은 모습이 강하다. 감독님이 보실 때 스텝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이 철없는 아이 같다면서 가끔 유치원생에게 얘기하듯이 내게 말하실 때가 있다. 철없는 모습에 기가 막혀서 웃든 즐거워서 웃든 모두 기분이 업 되는 것 같더라. 체구도 큰 편이 아닌데 그나마 영화에서는 좀 더 어른스럽고 힘 있어 보여서 다행이다. 집에서는 오빠 같은 남동생이 있는 장녀다. (웃음) 그런 성격이 <퀵>에서 반영된 걸까. 폭탄이 터지면서 놀라는 표정이 참 재밌더라. 만화같이 과장되게 놀라는 부분에서 표정이 참 다양하다. 강예원: 나도 내가 그렇게 웃기게 생긴 지 몰랐다. (웃음) 박중훈 선배님이 내 눈에 장난꾸러기가 들어가 있다고 하시더라. <퀵>에서는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아롬이처럼 살았다. 일부러 표정을 연출한 건 아닌데 아롬이처럼 말하고, 행동하다보니까 매사에 표정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 <퀵>에서 걸 그룹 멤버로 나온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나. 강예원: 성격적으로도 잘 맞았다. 주변에서는 나이가 아이돌 하기에 좀 많지 않냐 하는데 가희도 있고 나르샤도 있지 않냐. (웃음) 나이를 잊어버리고 사는 편이다. 춤을 두 달 연습했는데 한 신 나온다. 아무래도 영화에선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만 보여주는 거라 춤과 노래 보다는 1박 2일 동안 벌어지는 미션수행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사실 섹시하고 예쁘게 춤을 추려고 두 달 연습했는데 헬멧을 쓰고 춤추기 시작하니까 다 깨져버리더라. 그래도 그만큼 열심히 한 시간이 있어서 촬영을 수월하게 한 것 같다.
성악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강예원: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린이 합창단에 들어갔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하다가 성악을 배우면서 대학에서 전공까지 하게 됐다. 여배우가 되더라도 성악을 했다는 타이틀은 주고 싶었다. 10년 넘게 음악을 했고, 음악은 어렸을 때 추억이기도 하기 때문에 남겨놓고 싶었다. 그래서 연극영화과를 안 가고 성악과를 갔다. 사실 음악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모든 예술을 총괄하지 않나. 감수성이 예민한 것도 음악 때문이고, 여러 가지로 음악은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음악을 하다가 특별히 연기를 하고 싶다는 순간이 있었던 것인가.강예원: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고민해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 영화배우가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영화배우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왜 됐는지 잘 모르겠다. ‘영화배우가 돼야지’ 이런 마음가짐 보다는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매력에 이끌려서 온 것 같다. <하모니>의 유미 역을 이해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헬로우 고스트>에서 연수 역을 연기하기 위해 호스피스들을 만나 디테일한 행동까지 습득했다고 들었다. 특별히 이유가 있나. 강예원: 아직 배우로서 능수능란하지 못하고 오래하신 분들에 비해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준비 안하고 할 수가 없다. 그 분들 보다 몇 십 배를 더해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잘하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 관객들이 무섭다. 나에게 영화 한 편 한 편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 계속 이 마음으로 유지하고, 하나씩 해내기 위해서는 노력을 안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해운대]에서 밝고 엉뚱한 희미(왼쪽), [하모니]에서 깊은 상처를 가진 유미(오른쪽)

<해운대>, <하모니>, <헬로우 고스트> 영화마다 눈빛이 다른 것 같던데, 어떻게 연기했나. 강예원: 맞다. 사람들이 <해운대>는 좀 아는데 ‘<하모니>에도 나왔어? 어떤 역할로?’라며 전혀 모르더라. 뭔가 매치가 안 된다면서. 약간 섭섭하지만 배우로서 좋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게 인지도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드라마나 쇼프로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한다. (웃음) 특히 2007년 <1번가의 기적>을 찍기 전 4년 정도 공백 기간을 가졌다. 기다리기 힘들지 않았나. 강예원: 사실 아예 작품이 없어서 못한 게 아니라 하고 싶다는 작품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이거라도 해서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러다가 더 큰 것을 놓칠 것 같았다. 기다릴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강예원: 하고 싶은 작품이 없기도 했지만, 어떤 작품은 캐스팅 되고도 막판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아직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사람만 만났구나’라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당당해져야지 위축이 되면 연기를 못하니까.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연기를 하면 그건 다 거짓된 연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바닥을 칠 때마다 더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 뭔가를 배우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자신이 있으려면 자신 있다는 말보다는 뭔가 잘할 수 있는 게 있어야 자심감이 생긴다. 그래도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을 것 같은데. 강예원: 나는 앉아서 ‘내가 될까, 안 될까?’ 걱정하고, 캐스팅이 안됐다고 누구를 원망을 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책임을 나에게 다 돌렸다. ‘내가 그랬으니까 내 잘못이지’ 이런 말버릇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하는 게 속이 편하다. 아무래도 일하면서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불평을 안 하기 시작하니까 우울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불평은 끝이 없지 않나. 그냥 잊어버린다. 불필요한 생각들은 금방 지우는 습관을 키웠다. 인터넷이나 각종 여론에 괴로운 것이 여배우들인데, 그런 부분에서 좀 강한 것 같다. 강예원: 맞다. 나는 인터넷을 안 본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더라도 내 기사체크만 하는 편이다. 누가 무슨 사건에 연루되고 이런 걸 다 알고 있는 사람 보면 신기하다. 그렇게 남 일에 관심가질 필요가 있는지.. 친구들, 주변 사람들, 가족은 정말 잘 챙기는데 그 사람들을 제외하고 유명인, 어떤 사건 같은 남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중요한 건 컴맹이다. (웃음)배우들은 영화나 드라마 볼 때 ‘너무 좋다, 연기 해보고 싶다’는 생각 한다는데, 그런 생각도 한 적 있었나. 강예원: 당연히 해봤다.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MBC <최고의 사랑>의 공효진 역할이나 SBS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 역할. 요즘 드라마 중에 그 두 개를 너무 좋아해서 나도 저런 영화나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관객의 마음을 잘 아는 작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액션 연습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액션 연기를 위한 준비인가. 강예원: 액션물을 하고 싶다. 지금 K1 선수한테 킥복싱을 배우고 있고 액션도 계속 연습하고 있다. <니키타> 같은 영화를 하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액션 말고도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고, 사랑에 미친 격정멜로물도 하면 제대로 할 것 같다. 못해본 연기가 더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다. 혹시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까.강예원: 지금 배우는 킥복싱을 마스터 하고 싶다. 선수로 키우고 싶을 정도로 소질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누구랑 스파링 한번 했으면 좋겠는데 얼굴 때문에 못하게 한다. (웃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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