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적자 늪'에 빠진 국내 해운사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춤했던 선박 투자를 재개하는 한편 직원들에게는 상반기 연봉인상 이후 성과급 지급방안 등도 논의 중이다. '버는 돈'은 없는데 '나가는 돈'은 늘리는 셈이다. 이는 투자를 통해 향후 호황기를 대비하는 동시,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 향상에 몰두해온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최근 하이투자증권의 선박펀드를 통해 4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3척을 발주키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1만3000TEU급 5척을 사선(자사 선박)으로 전환키로 하며 9236억원의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단 한 척의 선박도 발주하지 않았다.현대상선은 1만2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조선사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벌크선 3척을 발주하는데 그친 현대상선은 올 하반기에 벌크선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STX팬오션 역시 올 초 이사회를 통해 신조선 9척 발주계획을 확정했다.이와 함께 현대상선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올 초 사기진작 차원에서 한 차례 논의하다 (이 시기로) 미뤄졌다”고 언급했다. 해운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들 업체가 올 들어 적자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이른바 '해운 빅3'는 1분기 나란히 영업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시황과 떨어진 운임수준 등을 감안할 때 컨테이너부문의 전통적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대규모 흑자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조선, 벌크부문은 여름이 전통적 비수기에 속한다.이 가운데 국적 해운사들이 선박투자 '시동 걸기'에 나선 것은 저가에 선박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호황기를 대비해야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업황 사이클이 뚜렷한 해운업계에서는 선가가 낮은 불황기에 대규모 선단을 확보, 다음 호황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 전략으로 꼽힌다.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시황급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직원들을 독려하고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라인, 에버그린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규모 발주에 나선 상태”라며 “세계 각 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선단, 대형 선단이 필수”라고 설명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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