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등록금은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균일한 상품이 아니라서 담합을 가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 이슈가 되버린 '반값등록금'과 관련, "대학 등록금에 담합의 여지는 없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김 위원장의 자신감에 찬 얼굴에서 알 수 있듯, 요즘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당국이 돼 버렸다. 물가, 반값등록금 등 사회적 이슈의 최전선엔 언제나 공정위가 있다. 한편으론 공정위의 존재감이 느껴지지만, 또 한편에선 물가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옴직하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직원들에겐 법을 적용할 때 늘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라고 말한다"며 "병든 나무 한 두 그루를 베자고 숲을 망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들이대고 있는 메스에 재계가 불편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공정위가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김동수 위원장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15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부터 만날지 등 방식과 시기를 두고 실무진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활발하게 움직이면 신경이 쓰이는 쪽도 있겠으나, 이제 '팔 비틀기' 같은 오해는 상당히 풀린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기업이 소모성자재구매를 대행하는(MRO)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거나 제조업체들이 프리미엄ㆍ리뉴얼을 근거로 부당하게 제품 값을 올리는 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이란 두가지 축으로 굴러가는 수레와 같다는 김 위원장은 이 두 바퀴가 균형감각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공정위원장의 임무라고 말했다. 올 초 취임한 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김동수 위원장을 27일 오후 서초동 공정위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은 오후 3시였지만 김 위원장은 국회 일정 때문에 1시간 반 늦게 인터뷰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대학의 등록금 담합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2007년과 2009년에도 조사했지만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에 발표한 치즈 담합 건처럼 상품에 균질성이 있으면 몰라도 학교, 학과별로 등록금 차이가 커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 허위ㆍ과장 광고로 제재를 받은 신라면 블랙 외에 '월드콘XQ(롯데제과)'나 '조지아 오리지널 캔커피(LG생활건강)' 등 프리미엄ㆍ리뉴얼 제품의 부당 가격인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는데. "소비자단체를 활용해 7월부터 11월까지 우유ㆍ요구르트ㆍ소금ㆍ소시지ㆍ분유ㆍ주스 등 9개 상품의 프리미엄 제품과 일반 제품의 정보를 비교한 뒤 소비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 지난 연말 자동차와 전자 등 40개 제조업체에 대한 직권 조사를 벌여 20개 이상의 업체에서 단가 인하, 일방적 발주 취소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안다. 제재 수위 등은 언제 결정되나. "위반 혐의가 드러난 20여개 업체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심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7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 군납 비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햄버거부터 건빵, 낙하산까지 업체간 담합이 심각한 수준인데 조사 계획은. "관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위법 행위엔 엄정히 조치할 것이다. 다만 일부 기업의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해서 군수산업 전체를 조사 대상으로 삼으면 관련 분야가 위축될 수 있어 개별 사업자별로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 과징금을 두고 뒷말이 많다. 무턱대고 많이 부과했다 송사를 당한다거나 지나치게 관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실제 소송으로 갔을 때 공정위가 승소하는 비율이 80%가까이 된다. 완전 패소율은 10%에 불과하다. 과징금 산정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과징금은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한다." - 정유사 제재 당시 GS칼텍스가 자진신고로(리니언시) 1772억원의 과징금을 전액 면제 받았다. "업계에서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카르텔 조사엔 보통 몇 년씩 걸린다. 리니언시 제도는 기업들의 내밀한 담합을 파헤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일종의 필요악이다. 리니언시 제도가 없다면 공정위의 인력이나 비용만으로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담합을 잡아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 하반기에 공정위가 역점을 둘 부분은. "각종 가격 규제나 사업 규제는 풀고, 소비자가 나서 기업 사이의 경쟁을 붙이는 방식으로 물가를 잡겠다. 상품 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그래서다.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은 무겁게 물리면서 대기업이 협력사에 자사 MRO를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나 지적재산권 남용 여부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려고 한다. 곧 '특허 라이선스 계약 공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보급하겠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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