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시청률에는 특이한 법칙이 있다. 주로 월요일보다 화요일의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1일 방송된 <미스 리플리> 8회의 시청률은 13.2%(전국기준)로 7회 방송보다 1.3%p 상승했다. 이번 주뿐만 아니라 지난주에도 <미스 리플리>는 5회보다 6회의 시청률이 0.6%p 상승하는 수치를 보이는 등 대체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반면, KBS <동안미녀>는 회차에 관계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1일에 14.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월요일에 새롭게 유입된 시청자가 화요일에 <미스 리플리>를 시청하면서 시청률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미스 리플리>만 규칙적으로 화요일 시청률이 더 높게 나오는 것은 흥미롭다. 이는 <미스 리플리>의 내용 전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스리플리>는 월요일 방송은 사건이 중심이고, 화요일 방송은 감정이 중심이 되곤 한다. 20일 방송된 7회에서는 장명훈(김승우)과 송유현(박유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장미리(이다해)의 모습이 주를 이뤘다. 특히 동경대 일문학과를 나왔다고 거짓말한 장미리가 장명훈이 알아봐준 건축주거관련 대학 강사일을 하기 위해 문희주(강혜정)의 건축 설계 포트폴리오를 훔치는 부분은 억지스러운 전개로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이런 사건들에서 장미리의 감정이 표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두 남자를 만나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나 문희주에게 화를 내는 모습 등이 장미리가 내보인 감정의 전부다. 몰입할 수 없는 억지스러운 사건의 전개는 곧 6회보다 하락한 시청률로 나타났다.
반면 21일 방송한 8회는 장미리의 감정이 부각됐다. 송유현에게 청혼을 받고, 누구보다 기뻐해야할 장미리지만, 어딘가 불안해하는 모습은 송유현의 진심을 깨닫고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는 장미리의 감정이 드러난다. 또한 장명훈은 장미리를 계속 찾아오는 히라야마(김정태)에게 1억을 주고, 이를 알게 된 장미리는 장명훈의 진심에 고마움의 눈물을 흘린다. 제대로 사랑을 받은 적 없는 장미리가 두 사람의 진심을 느끼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장미리의 감정표현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이렇듯 <미스리플리>는 주로 6회나 8회, 짝수 회에 장미리의 진심이 드러나면서 주인공의 감정이 설명된다. 시청자가 장미리의 감정을 이해하면서 드라마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7회보다 친절한 8회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이유 아닐까. <미스 리플리>가 초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동안미녀>의 시청률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이런 불균형 때문일지도 모른다. 보통 시청자는 드라마 초반에는 사건에 집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몰입한다. 중반을 넘은 <미스 리플리>에 필요한 건 돌발적인 사건들의 연결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 묘사다. 장미리가 자신의 감정을 송유현, 장명훈한테 감춰야 할지는 모르지만, 굳이 시청자까지 속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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