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가 정말 프랑스를 정복한 것일까. 지난 10일과 11일에 걸쳐 파리 Le Zenith de Paris에서 열린 < SMTOWN LIVE WORLD TOUR >는 현지팬 1만4천여 명의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프랑스 유명 일간지인 <르 피가로>와 <르 몽드>는 각각 9일자와 10일자 신문에 관련기사를 게재했으나, 긍정적인 평가만 내린 것은 아니었다. <르 몽드>는 “교육기간 중 성형수술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이 동원되기도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한편,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공을 들인 외관에 금방 알아볼 수 있는 패션스타일의 그룹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는 종종 수 년 밖에 지속되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하며 비판적인 뉘앙스를 내비쳤다. ‘유럽의 한류 열풍’이라는 사실에 도취되기 쉬운 현재 상황에서, 현지 언론의 평가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를 함께 받았다고 해서 SM엔터테인먼트의 성과가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일간지들이 지면을 할애할 만큼 이들의 문화적인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H3>작곡에서부터 마케팅까지, 글로벌 스탠더드가 목표 </H3>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높인 인지도는 비교적 단기간에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유럽 시장 진출의 기반이 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SM의 한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09년에 유튜브에 공식채널을 만들었고, 어느 지역에서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는지 정도만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을 정조준한 마케팅이 아닌,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연스레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유튜브의 SM 공식채널을 통해 업로드 된 샤이니와 f(x), 소녀시대의 공연영상은 다음날 프랑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3~15위에, 팬들이 직접 찍은 공연영상은 최다 즐겨찾기 영상 20위 내에 7건이 랭크됐다(13일 기준). 10일 공연 전 미리 모여 단체응원을 하기 위해 프랑스팬들이 만든 페이스북 모임 ‘Welcome SM Town in Paris’에는 총 2800여 명 중 1111명이 참석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주로 프랑스 내 한국문화 팬 모임인 ‘코리안커넥션’인만큼, 국내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것처럼 ‘SM의 프랑스 정복’이라고 표현하기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다만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당장은 유럽 시장 정복이 아니라 K-Pop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1차적 목표”라면, 마니아층이 형성됨으로써 어느 정도 기반은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SM 소속 가수들이 영상을 통해 유럽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퍼포먼스 때문이다. <르 피가로>는 “K-Pop은 서양의 음악과 율동을 빌려서 아시아팬들의 구미에 맞도록 개조하여 자로 잰 듯이 정확한 종합 스펙터클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SM이 철저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국내에 처음 정착시킨 만큼, 이들은 강력한 퍼포먼스에 특화돼 있다. 이 외에도 SM의 인기요인에 대해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외국작곡가들에게 음악을 수주하는 방식, 즉 아웃소싱으로 퀄리티 높은 멜로디를 만들고 여기에 발음이나 외모, 제스쳐 등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가미한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프랑스는 미국팝이나 영국팝 같은 것들이 상위에 랭크되는 등 음악차트가 가장 글로벌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슈퍼주니어의 ‘U’에는 스웨덴 작곡가 Ken Ingwersen과 Kevin Simm이,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는 유럽 출신 작곡가 그룹인 ‘디자인뮤직’이 참여하는 등 근래 SM은 미국식 혹은 유럽식 팝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KBS <뮤직뱅크> 김호상 PD 또한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요소들을 결합한 후 한국 스타일로 정립해, 글로벌 스탠더드로 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SM의 이러한 특성과 프랑스 시장의 특징이 시기적으로 제대로 맞물리면서 인기를 끈 셈이다.<H3>유럽 시장 진출의 의미</H3>
“어느 순간 굉장히 글로벌한 지점에 들어와 있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들만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시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차우진) 국내가요계의 현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세계화는 점점 더 급격히 진행될 것이다. SM은 공연 직후 유럽 음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시스템과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컨퍼런스를 열었다. <뮤직뱅크>는 KBS월드 채널을 통해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유럽 8개 국가에 매주 생방송되며, 내년쯤에는 유럽 현지 방송도 추진할 계획이다.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럽시장은 수익성 면에서도 매력적이지만, 문화적 상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공략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다. 세계화를 피할 수 없게 돼버린 지금, SM의 이번 공연은 국내 가요계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 유럽 시장에 대한 국내관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래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산업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떤 유의미한 족적은 남긴 것이라 볼 수 있을 듯하다.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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