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한국아이시스로 본 가족친화우수기업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출근할 때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헤어지는 건 워킹맘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이다. 이런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댔다.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가 1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은 65개 기업들과 함께 마련한 '가족친화포럼 워크샵'이 그것이다. 이 자리서 '가족친화우수기업'으로 인증 받은 'LG생명과학'과 '한국아이시스' 두 기업의 사례를 통해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여인들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한다. ◆LG생명과학 '가족친화적 제도가 기업의 효율과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파격적인 탄력 근무제가 가능했을까? LG생명과학은 2008년부터 '재택근무제'를, 2010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재택근무를 했던 윤미내 LG생명과학 제품개발부 차장
자율출퇴근제란 각 직원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오전 7~10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을 근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고, 오전 10시에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개발본부 제품개발2팀의 박민형 대리는 "아이가 어려서 돌봐주시는 아주머니가 집에 와 계시는데 아주머니 퇴근시간 때문에 항상 촉박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일이 많았다"며 "이제 5시에 퇴근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직원들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2007년 시험단계를 거쳐 2008년부터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지금까지 7명의 직원이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았다. 2008년부터 3년간 재택근무를 경험한 윤미내 제품개발부 차장은 "회사의 좋은 제도를 활용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괜히 '일은 제대로 하고 있나'하는 오해를 살까 걱정되었고, 회사에서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팀원과의 관계도 소원해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회사의 배려에 그는 정상 출근 때 보다 더 큰 노력으로 보답했다. 일주일에 1번씩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시간대별로 꼼꼼하게 작성한 업무일지를 보고해 어떤 업무를 얼마나 처리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동료들과는 직접 만날 수 없는 만큼 자주 연락하며 더 많이 배려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윤 차장은 "출근을 하지 않다보니 회사에서는 재택근무 중인 직원이 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업무 성과를 분명하게 증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윤 차장은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는 점을 꼽았다. 물론 집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자주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엄마가 집에 있고 눈에 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시스 가족친화적 제도는 대기업에서만 시행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깬 회사도 있다. 정보통신(IT)분야 번역서비스를 주 사업으로 하는 한국아이시스는 전체 직원이 76명인 중소기업이다. 이곳에는 둘째 아이부터 출산휴가를 쓰기 쉽지 않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셋째까지 낳으며 19년 동안 회사생활을 한 경우도 있다. 류 숙 재경관리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류 숙 한국아이시스 재경관리부장
그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건 '탄력휴가제' 덕분이었다. 첫째는 고등학교 3학년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 막내는 초등학교 1학년이라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 학교행사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류 부장은 "신학기에 열리는 학부모 총회나 공개 수업, 운동회와 같은 학교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며 "언제든 사장님께 문자메시지 한통만 보내면 휴가가 승인되기 때문에 꼬박꼬박 참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 부장은 "학교 행사에 엄마가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든다"며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왠만한 학교 행사에는 다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를 쓰고 싶을 때는 미리 휴가계획서를 내야 한다거나 사유를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거나 하는 절차가 없다"며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문자 한 통만 보내면 바로 휴가를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류 부장은 탄력근무제를 신청해 9시30분까지 출근해서 6시30분까지 근무한다. 막내가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이라 아침에 등교를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류 부장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서 탄력근무제를 신청한 사람은 20명 가까이 된다. 1992년 한국IBM 내 독립부서에서 분사한 한국아이시스는 설립 당시부터 다양한 여성 지원제도를 도입했다.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은 신청자 전원이 사용할 수 있고,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독자적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사 건물 1층에 가산디지털단지 내 워킹맘들을 위한 '공동어린이집'을 올해 안에 열 계획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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