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이번엔 '무료 메신저' 전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입에 주목했다. 그가 지난해 10월과 지난 3월 잇따라 삼성을 겨냥한 독설을 한 데다 최근 삼성과 애플이 맞소송을 벌이고 있는 터여서 이번에는 어떤 독설을 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잡스는 이번엔 삼성을 겨냥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독설이 소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함께 삼성에 대한 잡스의 생각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삼성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발자회의에서 애플이 발표한 '아이메시지'에서도 양사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과 애플이 이르면 9월께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의 경쟁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은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에서는 애플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메신저 서비스만큼은 비슷한 시기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본격적인 한판 승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애플은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아이메시지를 공개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iOS 기반의 기기 사용자끼리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것으로 오는 9월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판 카카오톡'인 셈이다.삼성도 현재 자체 모바일 메신저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소셜허브에 탑재할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 서비스는 사용자들이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애플이 오는 9월 아이메시지를 제공하면서 삼성도 이르면 9월께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은 서비스 지원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애플이 9월 공개 예정인 아이폰4 후속 버전에 무료 메신저까지 탑재하는 상황에서 메신저 출시 시기를 늦출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초 삼성의 메신저는 연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메신저 서비스 격돌로 삼성도 애플과 콘텐츠로 승부를 겨루면서 양사의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지금까지 삼성과 애플은 하드웨어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며 경쟁해왔다. '갤럭시S'의 경우 출시 당시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이었지만 애플이 '아이폰4'의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지난 4월 '갤럭시S2'를 출시하며 하반기께 나올 아이폰4 후속작을 의식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막판에 1기가헤르츠(GHz)에서 1.2GHz로 업그레이드했다. 애플이 '아이패드2'의 두께와 무게를 대폭 줄이자 삼성은 보름 만에 더 얇고 가벼운 갤럭시탭 10.1을 내놓는 등 하드웨어 경쟁을 가속화했다. 이 같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삼성이 애플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때로는 앞서나가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르다는 평가다. 삼성의 자체 운영체제(OS) '바다'와 앱스토어 '삼성앱스'는 지지부진해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만큼은 애플을 허겁지겁 쫓아가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삼성이 애플에 이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이번에 메신저 서비스까지 출시하면 양사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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