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보건복지부가 일반약 슈퍼판매를 기어코 허용하지 않을 모양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이슈가 '심야나 휴일에도 약을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때문에 괜히 시끄럽게 일을 확대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불편함'만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 현재 복지부의 '스탠스'로 해석된다.하지만 진 장관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애초에 '약'이란 물건이 왜 약사들의 독점 대상이 됐는지 그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약사만이 약을 팔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용인한 이유는 뭘까. 어렵게 약대를 나와 면허시험에 합격한 약사에게 그에 걸맞은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은 아닐 터이다. 때문에 그들에게 '권리를 줬다'기보다는 '관리를 위탁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제약 기술이 발달하고 시민들의 지적 수준이 향상돼 더 이상 전문가의 보호가 필요없게 된 약이 생겼다면 어찌해야 할까. 당연히 그 상품을 판매하고 이익을 누릴 권리는 시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약사의 반발은 그것이 처음부터 자신의 '권리'였다고 착각한 데서 나온 일종의 억지다.누구나 알고 있듯 간단한 약은 약사의 도움없이 구매가 이뤄진다. 그런 약들도 위험성이 있다고 진 장관은 말하지만 그 위험성은 약을 약국 내부에 둔다고 통제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약을 약국 밖으로 꺼내도 위험의 정도는 변하지 않는다.'타이레놀도 술 마신 후에 먹으면 위험하다'는 경고는 반대파들이 흔히 제기하는 단골 메뉴다. 하지만 논리가 궁색해보인다. 타이레놀의 올바른 복용법을 제대로 홍보해 알린다면, 어차피 별다른 지도없이 쉽게 팔고 사는 지금보다 약화사고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더불어 타이레놀 외 소화제 등에 대해서는 어떤 복약지도가 필요한지도 궁금하다. 약사들이 소화제나 파스류를 팔면서 복약지도를 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게을러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설명할 내용이나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 더욱 솔직한 대답이다.약학전문가 모임도 아닌 대한약사회가 제시하게 될 대안으로 이번 논의가 마무리 된다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시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진 장관은 "약사단체의 눈치를 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항변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그 진정성을 믿어줄지 의문이다.약사회는 당번약국제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짓고 싶어 한다. 여기에 더해 소방서나 동사무소에도 약을 비치해 놓을 테니 문제는 해결됐다는 게 다음 주 발표될 복지부의 결론이라면, 이는 시민들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고 논란을 몇 년 뒤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하다.약사들은 지나치게 많이 주어진 특혜로 오랜 기간 충분한 이익을 챙겼고, 우리 사회는 타이레놀이나 훼스탈 정도는 안전하게 사용할 정도로 성숙했다고 본다. 그래도 국민이 다칠까 걱정된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에 찬성한다. 하지만 타이레놀 박스를 반드시 약사 손으로 집어줘야 안심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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