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은 그동안 진통을 겪어왔던 차기 전당대회 룰을 확정했다. 한마디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미래권력'으로서의 확실한 파워를 입증했다. 반면 당권·대권 통합을 명분으로 차기 전대 출마를 저울질했던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당권·대권분리, 현행 유지...김문수·정몽준 전대출마 불가능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당권·대권 분리와 대표·최고위원 통합 선출 등 기존 당헌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4.2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도부가 전원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당시에만 해도 차기 전대 룰을 놓고 차기 주자간, 주요 계파간 논쟁이 거셌다. 최악의 경우 표결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비대위는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논의 과정의 거센 파열음과는 달리 예상밖에 손쉬운 결론이 난 것. 박 전 대표가 지난 19일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비공개회동에서 밝혔던 현행 제도 유지 입장이 대부분 관철됐다. 전대 룰과 관련, 가장 큰 쟁점은 당권·대권 분리 조항이었다. 당권·대권 분리 조항은 과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제왕적 총재의 폐해를 막기 위해 박 전 대표가 대표 재직시절 도입한 제도다. 현행 룰을 개정하면 차기 주자들이 출마하는 메이저리그 규모의 전대가 치러지고 현행 룰이 고수되면 차기 주자들의 전대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이는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당권 도전을 통해 당내 기반 강화, 지지율 상승을 꾀했던 정 전 대표와 김 지사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와 함께 논란이 거셌던 대표·최고위원 선출문제도 현행대로 통합 선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리론자들은 현행대로 통합 선출할 경우 대표의 권한과 위상이 명확하지 못해 최고위원회의가 봉숭아학당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며 분리 선출을 주장해왔지만 이 조항 역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승리로 막을 내렸다.
◆朴, 당내 주도권 확실한 장악..반대파 견제도 거세질 듯박 전 대표는 이번 전대룰 논의 국면에서 본인의 막강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지난 대선 경선 패배 이후 고수해온 비주류의 수장에서 사실상의 신주류 차기주자로 등극했다. 이달 중순 비대위 구성 초기만 해도 친이계와 소장파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대 룰 규정은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전대룰 논란은 현행 규정 고수 쪽으로 힘이 쏠렸다. 김 지사측 차명진 의원은 "전대 룰은 언론에서 박근혜 전 대표 뜻대로 간다고 보도됐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전대룰 논의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막강 파워는 내년 총선과도 연관돼있다. 내년 총선 전망이 불투명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하다. 결국 전대 룰 논의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지지하는 당내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아울러 박 전 대표의 위상강화에 비례해 정치적 반대파들의 견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는 지난 25일 베이징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센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정 전 대표 역시 같은날 청주대 특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라고 꼬집었다. 김성곤 기자 skzer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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