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기적'의 정욜, 소준문, 이혁상 감독 & 장병권(왼쪽부터)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미녀들의 수다’. 우락부락한 남성들의 비주얼과는 달리 절대 오타가 아니다. 이혁상 감독과 소준문, 장병권, 정욜 등 이상 4명은 오는 6월 2일 개봉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종로의 기적’을 연출하고 극 중 출연한, ‘커밍 아웃(Coming Out)’ 예컨대 동성애자 및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동성애자 속칭 게이다. 동성애자들이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된 관습적인 인물, 다시 말해 ‘변태’로 그려지던 과거와는 달리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보여지듯 지금은 어느 정도 ‘지상에 내려온’ 일반적인 동성애자들의 스펙트럼이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된다.하지만 ‘꽃미남’이나 ‘과장된 여성적 캐릭터’ 등 일반의 머리 속에 박힌 동성애자들에 대한 통념은 굳건하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제작한 ‘종로의 기적’은 국내 동성애자들의 ‘성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을 무대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 주변 동성애자들의 삶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이들은 모두 ‘종로의 기적’을 통해 한층 더 광범위하고 본격적인 ‘커밍아웃’으로 큰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실제 영화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던 종로구 낙원동 속칭 ‘게이골목’ 초입에서 만난 네 ‘미녀’ 들의 프로필을 공개한다.
소준문
소준문생년월일_1979년 6월 7일직업_영화 관련 회사에서 예고편 및 메이킹 필름을 편집, 촬영하고 있는 독립 영화인이다.커밍 아웃_1998년 어느 봄날나는…_촬영 당시만 해도 내 스스로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말하거나 보여주는 것에 대해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영화를 찍으며 자신감을 다시 얻었다. 커밍 아웃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그에 따른 책임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종로의 기적’을 통해 작지만 같은 상황, 같은 고민에 있는 친구들이 힘을 얻고 ‘종로’로 뛰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종로의 기적_특별하고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병권
장병권생년월일_1976년 3월 15일 직업_지난 5년간 보건의료 활동단체에서 일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커밍 아웃_1997년 여름나는…_그저 카메라가 주변에 서성이니 신기하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히는 것에 대해 거대한 두려움과 부담감도 느꼈다. 촬영할 때는 성소수자 운동이 기록으로 남는 것이 뿌듯했다면 지금은 커밍 아웃이 부담스럽고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섭기도 하다. 내 삶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종로의 기적_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모습의 이야기다.
정욜
정욜생년월일_1978년 10월 19일직업_6년 동안 ‘혹사’당한 대기업을 자의적으로 그만두고, 지금은 인권재단 ‘사람’에서 인권센터 설립과 HIV/AIDS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커밍 아웃_1997년 늦가을나는…_모두의 커밍 아웃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앞으로도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종로의 기적_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겁나서 함께 못 보겠다.
이혁상 감독
이혁상_’종로의 기적’ 연출 & 내레이션생년월일_1974년 11월 23일직업_어린 시절 꿈은 스티븐 스필버그였으나, 극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어쨌든 영화 감독의 꿈을 이뤘다.커밍 아웃_학부생이던 1995년 세미나 자료를 위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를 찾았다가 처음 동성애자들을 접했다. 이후 ‘게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정체성 혼란의 시기를 거쳐 2003년 스스로 완벽하게 정체성을 확립했다.나는…_첫 연출로서의 혼란, 대사회적인 커밍 아웃을 앞둔 불안, 주인공들로부터 배운 삶의 열정과 자신감 등 타인의 삶과 고통에 관심 없던 ‘히키코모리’였던 나는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종로의 기적_한국의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모두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종로의 기적’ 타이틀을 보면 결국 끝냈다는 안도감이 지금도 든다. 뿌듯하다.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윤동주 기자 doso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태상준 기자 birdcag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