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16일 거점지구와 기능지구 입지가 발표되며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얼개는 짜여졌다. 총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배분도 밑그림이 그려졌다. 거점ㆍ기능지구가 조성되는 대전과 청원, 천안, 연기에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카이스트 연합캠퍼스, 중이온 가속기와 기능지구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에 2조3000억원이 들어간다. 기초과학연구원 3개 캠퍼스 중 카이스트 연합캠퍼스를 제외한 D.U.P연합캠퍼스(대구 DGIST, 울산 UNIST, 포항 POSTECH)에는 1조5000억원이, 광주 GIST캠퍼스에는 6000억원이 투자된다. 나머지 8000억원은 전국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에 설치되는 개별 연구단 몫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연말까지 '숨가쁜 일정'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는 올해 12월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본계획'을 수립해 주요 내용을 다듬는다. 이 계획에는 거점ㆍ기능지구 위치 및 면적, 기초과학연구원 설립ㆍ운영, 중이온 가속기 구축, 비즈니스 환경 및 국제적 생활환경 조성 등에 대한 세부사항이 포함된다. 기본계획안이 확정되면 국토해양부에서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를 최종 지정, 고시하고 지구별 구체적 위치와 면적, 개발사업 시행자 등을 고시한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이에 따라 시행계획을 수립해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토지보상, 기존 개발계획 변경 등에 착수해 사업을 추진하는 시점은 내년 1월 이후로 잡혔다. 토지매입도 관건이다. 현재 투자예산은 부지 매입비용을 제외한 액수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올 연말 기본계획 수립시 부지매입비를 반영할 계획이다. 거점지구로 지정된 대덕 신동지구와 둔곡지구는 각각 160만㎡와 200만㎡ 규모로 공시지가와 감정평가를 합쳐 토지보상비를 산정하게 된다. 한편 과학벨트위원회는 6월부터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을 물색하기 위한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를 운영해 연말이나 내년 초 초대 원장을 임명하기로 했다. 연구단은 총 50개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되며 2012년에는 일단 25개 내외 규모로 착수한다.
독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의 연구용 중이온 가속기.
◆새로운 삼각벨트?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 가속기를 분산배치할 것인지 혹은 원안대로 집중배치할 것인지도 꾸준히 거론됐던 문제다. 결국 제시된 기초과학연구원 구성 형태는 '절충안'에 가깝다. 연구원 운영을 총괄하는 본원은 대전에 두되 3개 캠퍼스와 외부 연구단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과학기술 특화대학과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을 집적한다는 구상이다. 3개 캠퍼스 중 카이스트 캠퍼스는 대덕 출연연이 연합해 운영하며 D·U·P연합은 대구 DGIST, 울산 UNIST, 포항 POSTECH이 맡는다. 이밖에도 광주 DGIST도 캠퍼스로 지정됐다. 결과적으로 대구ㆍ경북과 광주 지역에도 '수혜'가 돌아간 것이다. 투자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D.U.P연합캠퍼스는 1조 5000억원을, 광주 GIST 캠퍼스는 6000억원을 받게 됐다. 투자액 증가분이 고스란히 해당 지역 캠퍼스에 들어가는 셈이다. 연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형시설과 장비 구축, 정주여건 조성 등에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일각에서 '결국 삼각벨트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유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구ㆍ경북 캠퍼스와 광주 캠퍼스는 과학벨트 특별법에 명시된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기초과학연구원 틀 안에서 투자기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근거가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 탄력 받으려면 민심 잡아야 과학벨트 입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 공식 발표 이전 여권에서 대전 확정설이 먼저 흘러나오며 각 지자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16일 교육과학기술부의 브리핑 내용은 사전에 유포된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심사 과정을 극비로 진행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과 달리 '집안 단속'부터 실패한 것이다. 탈락 지자체에서 "대전 지역으로 미리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심사를 한 것이 아니냐"고 항의할 빌미를 준 셈이다. 16일 브리핑에서 "발표 결과가 유출된 것이라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에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 언론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멘트를 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당초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1조7000억원을 증액하며 3개 연구단 중 2곳을 광주와 대구ㆍ울산 지역에 분산 배치한 것은 격앙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효과는 미지수다. 16일 박맹우 울산시장은 "D.U.P연합캠퍼스를 차선책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치논리 때문에 유치에 실패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심 이반은 과학계에서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부분이다. 과학벨트가 정권이 바뀌어도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과학계 인사는 "지금처럼 과학벨트를 정권 치적사업으로 가져가려고 하면 절대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없다"며 "기초과학연구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갈등으로 과학벨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훼손돼 사업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관계자는 "과학벨트 사업 추진과 함께 신뢰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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