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한국 파병부대를 가다-긴장의 연속 아프간 오쉬노부대-2

오쉬노부대는 신속대응팀(QRF) 3개팀을 운영한다. 13명으로 구성된 1개팀은 24시간 대기하고 영내, 영외 상황이 발생하는 지역을 5분내 출동한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으로 25일 아침 7시 30분. 오쉬노부대의 울타리 넘어 해가 떠올랐다. 부대 앞에 있는 산위로 만년설(萬年雪)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탁트인 시야, 맑은 산공기가 부대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눈으로 느낀 상쾌함도 잠시. 기자의 머리는 깨질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1800m 지역인 탓에 고산증세가 몰려온 것이다.   오쉬노 부대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기동정찰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오쉬노부대의 정찰지역은 영외는 1지대, 경계울타리는 2지대, 영내는 3지대로 구분한다. 1지대의 경우 주 1~2회 정찰을 실시하며 부대주변 2~3km반경을 A코스부터 D코스까지로 나눠 점검한다. 이날 기동정찰코스는 C코스다. 오쉬노부대 2진은 지난해 12월 27일 첫 단독 지상작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0여회 작전을 성공했다.   부대원 17명(경호 13명, 운전병 4명, 현지통역 1명)으로 구성된 1개팀은 지휘통제실 앞에 모여 정찰을 위한 최종점검을 했다. 훈련이 아닌 실전인 탓에 부대원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오쉬노부대의 지뢰방호차량(MRAP)은 미국에서 제작했다. MRAP은 10대가 보급됐으며 회전반경이 좁아 아프간의 협소한 도로나 산악지형에서 기동력을 발휘하기 쉽다.

부대원들은 지뢰방호차량(MRAP) 4대에 나눠 타고 기자에게 지혈대, 거즈 등을 담은 구급배낭을 방탄조끼에 메달아줬다. 부대 관계자는 긴장된 표정으로 "긴급한 상황에서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아닌 아프카니스탄, 전쟁터에 왔구나"하는 생각에 기자의 얼굴도 굳어졌다.  MRAP은 2평크기로 운전병1명과 팀장급인 선탑자, K6 기관총 사격수, 경계병 4명이 탑승했다. MRAP안에는 에어컨이 24시간 가동되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이 서늘하게 느껴진 것은 단지 에어컨의 냉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제든 적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부대 관계자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탑승좌석 뒤쪽에는 소화기 2개와 적군의 전파를 교란할 수 있는 전파교란기(JAMMER)가 장착됐다. MRAP 양쪽에는 세로 30cm, 가로 60cm 크기의 방탄유리가 달린 창문이 있어 경계병도 정찰하기 충분했다.

오쉬노부대가 주둔하는 차리카기지 안에는 고가초소 6개 세워져 있다.

  MRAP의 밑바닥은 'V'자형이다. 급조폭발물(IED) 폭발시 충격을 양옆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타이어 4개는 자동공기압조절장치를 갖춰 터져도 나가는 바람보다 들어오는 바람이 많아 시속 80㎞로 내달릴 수 있다.   8시 30분. "Guner(사격수)들은 K6 기관총에 탄약을 장전할 것. 출발". 팀장이 전 차량에 출발명령을 내렸다. 덩치 큰 MRAP은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MRAP은 시가지에서는 차량간격 1m, 산악지역에서는 30m를 유지한다. 시가지에서는 적의 공격으로 인해 고립되는 것을 막고 ,산악지역에서는 급조폭발물로 인해 차량이 한꺼번에 받는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같이 탑승한 통역병이 헤드셋을 건네줬다. 헤드셋은 내부통신 뿐만아니라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이 터졌을 경우 고막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경호중대는 폭발물 처리로봇(EOD)반을 편성하고 출입차량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하원 의회에서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한 통역병 송정훈 상병은 "파병오기 전 아프간 문화 등 교육을 받았어도 현지인을 만날 때는 긴장된다"며 "위험한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분정도 이동해 부대밖 북서쪽 2km지점인 정찰 C코스에 도착하자 150마리의 양떼가 비포장길을 가로 막았다. 기동팀들은 차량을 세우고 도보정찰을 하기로 했다. MRAP에서 내리자 뻥뚫린 평야에 그대로 노출돼 긴장감은 더했다. 저멀리 산에서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C코스지역에서는 현지주민들이 황폐한 평야에 돌을 쌓고 있었다. 정세가 안정되면 집을 지으려고 소유지를 표시하려는 것이다.   이날 기동정찰 팀장을 맡은 임진수 대위(3사 41기)는 "산 능선에서 누가 RPG-7 등 로켓포를 발사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집을 짓기 위해 쌓아놓은 돌 사이에도 급조폭발물이 있을 수 있어 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하늘 위에서 굉음이 들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오쉬노부대 지휘통제실에서 날린 무인정찰기(UAV) '리모아이'였다. 리모아이는 최대속도 75km로 200m상공을 날며 오쉬노부대 인근 5km이내를 집중 감시할 수 있다. 리모아이 정찰은 오쉬노 경비중대 해병대 4명이 UAV반을 구성해 담당한다.  도보정찰 1시간정도 지나자 기동정찰 임진수 팀장은 "전방 50m근처에 폐가가 있다"며 정찰 선발대 2명을 먼저 보냈다. 아프간과 소련과의 전쟁에서 건물은 폐허가 됐지만, 혹시나 모를 사제 폭발물을 미리 탐색하고, 잠복해 있을 지도 모르는 탈레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지나가니 산중턱에는 뽕나무 50여그루가 우거진 작은 숲이 나왔다. 그늘하나 없이 30도가 넘는 황무지에서 마치 오아시스를 만나 기분이었다. 특히 이곳은 지하수가 고이는 샘터가 2곳이 있었다. 이곳은 현지주민들이 목욕을 하는 곳으로 산능선에 있는 개방된 샘터는 남성이, 나무로 가려진 샘터는 여성들이 사용한다고 한다.

오쉬노부대는 지난 2월 이후 5차례 공격을 받았다. 사진은 BM-1, RPG-7 등 잔해.

정찰을 하다보니 현지에서 채용된 경호업체 'TOR(토르)' 직원들도 보였다. 이들은 부대기지 주변과 산중턱 참호 곳곳에서 경호를 서고 있었다. 현지 통역인 헬멘디(HELMANDY.38세)씨는 "한국군들은 현지인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아 현지 경호업체의 한국부대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2km 도보정찰을 마치고 부대주변에 도착하자 더운날씨에 방탄복안에는 땀으로 범벅됐고 출발할때 들고 나온 생수 2통을 모두 비운 상태였다. 그때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는 반사적으로 헬멧을 누르고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머리를 들 수 없었다.   역시 훈련받은 군인은 달랐다. 정찰팀장은 도로옆 가건물에 대원들을 일단 피신시키고 주변을 경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파악하기 위해 전 대원들은 전후방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무전교신을 했다. 기자의 입안이 바싹 말랐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잠시후 정찰병 무전기에서 "폭발음은 부대안에서 폭발물 처리로봇이 폭발물을 처리한 소리다. 안심하고 복귀하라"라는 교신이 흘러나왔다.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기자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부대에 복귀한 시간은 10시 5분. 정찰을 마치고 방탄복을 벗으니 30도의 사막바람도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1시간 30분에 불과한 정찰이었지만, 기자에겐 하루 꼬박 정찰을 한 것 같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오쉬노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지뢰방호차량(MLAP) 내부 모습.

오쉬노부대의 정찰지역은 영외는 1지대, 경계울타리는 2지대, 영내는 3지대로 구분한다. 1지대는 주1~2회 실시하며 부대주변 2~3km반경을 A코스부터 D코스까지로 나눠 정찰한다.<br />

오쉬노부대 밖에는 1번 고속도로가 있다. 1번 도로는 아프가니스탄의 핵심도로다. 1번도로 1km를 벗어나면 오쉬노부대의 정찰지역인 C코스가 나온다.

오쉬노부대에 보급된 K11복합소총. 가건물 뒤편에 숨어있는 적을 제압하기 적합하다.

기동정찰을 시작한 오전의 기온은 섭씨 25도로 3kg무게의 방탄복은 마냥 무겁기만 했다.

부대원들은 지뢰방호차량(MLAP) 4대에 나눠타고 기자도 지혈대, 거즈 등을 담은 구급배낭을 방탄조끼에 메달았다. 이날 정찰거리는 기동정찰 2km, 도보정찰 2km로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br />

도보정찰 도중 오쉬노부대 장병을 사진촬영 하고 있는 본지기자.

MAP에서 내리자 뻥뚫린 평야에 그대로 노출돼 긴장감은 더했다. 저멀리 산에서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정찰구역 C코스안에 있는 뽕나무 수풀지역을 지나고 있다. <br />

오쉬노부대의 지뢰방호차량(MRAP)은 미국에서 제작했다. MRAP은 10대가 보급됐으며 회전반경이 좁아 아프간의 협소한 도로나 산악지형에서 기동력을 발휘하기 쉽다.

아프가니스탄 차리카기지<사진·글>=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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