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연기금의 대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 ‘공개적인’ 행사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이 회장이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공개적’이라는 단서를 단 것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변화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이 회장은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별 신경을 안 쓴다”고 운을 뗀 후 “공개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환영합니다”고 밝혔다.곽 위원장은 삼성전자를 직접 거론해 가며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이에 대해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 반발했지만 이 회장이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그러나 이 회장이 ‘환영’에 앞서 ‘공개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이는 재계가 국민연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내부시스템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를 이 회장이 ‘공개적’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1980년대 중반부터 ‘주주 행동주의’를 강조해 온 미국 최대 연금기금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의 경우 1987년부터 매년 기업 성과를 평가하고 지배구조가 불안정한 기업 10여개를 ‘포커스 리스트’로 선정,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을 받지 않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 이사장 등은 모두 정부에서 임명하는 형식이라 주주권행사시에 정부의 입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향후 사외이사 등을 연기금에서 선임할 때도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곽 위원장이 “과천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게 아니라 여의도 금융전문가나 미래학자들이 기업경영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계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한편 이 회장은 앞으로 경영현안들에 좀 더 구체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지난 27일 발표한 중국어특기자 우대 조치에 대해서도 “중국이 아무래도 커지는 나라이고 영향력도 커지는 나라”라고 언급해 본인의 의지가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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