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최근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체에 대한 투자 열풍으로 새삼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불었던 골드러시 열풍에 비교할만한 IT 광풍이 최근 일고 있다면서 이번 IT 붐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2000년 초반 IT 버블 당시와 달리 탄탄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이다.전미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리콘밸리로 흘러들어간 벤처캐피털은 218억 달러(약 23조6000억 원)로 지난 12년 사이 최저 수준을 기록한 2009년의 183억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기도 하다.올해 1ㆍ4분기 벤처캐피털은 70억 달러를 웃돌아 전년 동기 대비 76% 급증했다.IT 업체의 주식도 인기다. 미국의 비상장 주식 거래소인 셰어스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90일 간 IT 업체 비상장 주식 거래는 300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경우 20건에 불과했다.투자자가 몰리면서 IT 업체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소셜네트워킹 업체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를 500억 달러로 평가했다.투자자가 비상장 IT 업체를 대하는 태도도 변했다. 과거와 달리 기업공개(IPO)를 재촉하지 않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대형 은행들도 IT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나섰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2월 '디지털 그로스 펀드(DGF)'를 출범시켰다.이런 현상은 과거 IT 버블을 연상시킨다. 1995년 넷스케이프의 IPO 단행으로 시작된 IT 버블은 2000년 초반 꺼지고 말았다. 많은 기업이 줄도산하고 투자자들은 IT 분야를 떠났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각광 받고 있는 IT 업체들이 당시 기업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업체 SV 앤젤의 데이비드 리 애널리스트는 "이들 기업이 실제 수익을 내고 사용자 수백만 명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트위터가 대표적인 예다. 트위터는 2006년 서비스 시작 이후 지난해 말 현재 회원 수가 1억7500만 명으로 늘었다.이에 힘입어 시장가치도 치솟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12월 벤처투자업체 클라이너버킨스커필드앤바이어스(KPCP)로부터 자금 2억 달러를 유치했다. 당시 트위터의 시장가치는 37억 달러였다.두 달 뒤 JP모건체이스의 DGF가 트위터 지분 10%를 인수할 당시 트위터의 기업가치는 45억 달러로 급등한 상태였다.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트위터의 주가를 고려하면 현재 가치는 77억 달러로 추산된다.투자자를 선별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도 과거 IT 기업과 요즘 기업의 차이점이다. 다시 말해 선택 받은 사람들만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인 '벨벳-로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웹사이트 앤젤리스트는 "지난해 투자하겠다고 나선 3000명을 돌려 보냈다"면서 "수익에만 관심 있는 투자자들을 배제하는 게 신생업체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 공동 창업자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숀 패닝은 "모든 투자자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전문지식을 갖춘 자만이 우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모두가 IT 열풍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25일 인도 방문 중 "소셜네트워킹 기업들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이들 업체 대다수가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트위터의 초기 투자자 마이크 메이플스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IT 업체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골드러시 때처럼 '묻지마 투자' 광풍이 불고 있다"고 꼬집었다.조해수 기자 chs9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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