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의 불똥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튀고 있다. 정부가 성난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를 영남권에 쪼개 나눠주고 LH 도 경남 진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입지 공모지인 충청권과 호남권의 반발이 거세 또 다른 지역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가까워지면서 신경전도 날카롭다. 며칠 전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ㆍ경북에는 공항보다 기업이 가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했다면서 과학벨트 일부를 대구ㆍ경북 지역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과학벨트 입지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충청권이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된 이후 이 대통령이 '충청 입지 백지화' 가능성을 비치고 정부는 재검토를 밝힌 상황이어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다. 정부는 과학계의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과학벨트는 거점이 집중적으로 형성돼야 하기 때문에 분산 배치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과학계의 의견이다. 신공항을 경제적 타당성을 이유로 백지화했다면 과학벨트 역시 경제성을 우선해 분산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LH 본사 이전도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당초 주택공사 이전 예정지인 경남 진주와 토지공사 이전 예정지인 전북 전주가 두 공사가 통합되면서 경합하고 있다. 진주는 일괄 이전을, 전주는 사장을 포함한 본사 인력의 24% 분산 이전을 요구하며 다투고 있다. 자칫 영호남 갈등으로 커질 수도 있다. 대규모 기관을 잘라 배치하는 것은 비효율을 초래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LH 역시 한 곳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성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떡고물 나눠주듯 하는 것은 국가예산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입지선정 잣대를 달리한다면 아무도 그 결정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앞장서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정치논리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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