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ㆍ월세 대란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다시 전세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올 하반기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규모 재개발ㆍ재건축에 따른 이주계획이 가을 주택 성수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돼 해를 넘기면서 이어진 전ㆍ월세 대란은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무대책이 문제를 키웠다. 이번 전세대란 경고음에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 이유다. 서울지역 재개발ㆍ재건축 조합과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현재 사업시행 인가 또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은 모두 33곳(사업계획 변경절차 중인 사업장 등 제외) 4만4585가구로, 이 중 올해 하반기 주민이주가 예정된 단지는 18곳 2만3520가구에 이른다. 특히 하반기에 이주계획이 잡힌 18곳 중 10곳은 단지별 건립예정 가구 수가 1000가구를 넘는 대단지다. 재건축단지의 경우 송파구 가락시영1차와 2차는 신축가구 수가 각각 4421가구, 3685가구에 달한다. 강남구 청실1차와 2차도 각각 1608가구의 대단지다. 재개발사업장 중에서는 양천구 신정1-1지구가 2519가구에 이르며 영등포구 신길7구역(1521가구) 등도 대단지다.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의 계획대로 이주가 진행될 경우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면 전ㆍ월세 시장이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 주택조합이 협력해 슬기롭게 문제를 풀어야 한다. 주택 수요공급을 면밀히 따져보고 이주시기 조정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시에 이사 갈 집을 구하느라 다시 전세대란이 벌어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시ㆍ도지사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시행의 인가 시점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그와 별개로 정부와 서울시는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남아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최근 전세대란 때처럼 주무장관의 입에서 "거래 정상화의 수순"이라거나 "더 이상 나올 대책이 없다"는 식의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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