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어제 '물가 안정을 위한 5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유류세를 내려 소비자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유가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유업계나 소비자단체에 이어 경제단체도 기름 값에 매기는 세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상의는 지난달 기준으로 유류세를 10% 내리면 휘발유는 ℓ당 74.6원, 경유는 ℓ당 52.9원이 내려가 소비자물가를 0.19%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물가 인하 효과는 얼마 안 될지 모른다. 그래도 비싼 기름 값 때문에 자동차 굴리기가 겁나는 소비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을 것이다.그런데도 정부는 유류세를, 정유업계는 기름 값을 각각 내리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답답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유소의 행태가 묘하다"고 하고 장관들이 나서 윽박질러도 정유업계는 꿈쩍도 안 한다. 국내 기름 값은 내리기는커녕 계속 오르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의 주유소 판매가는 어제 각각 ℓ당 1964원 63전과 1791원 78전으로 25주째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지역은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선 주유소가 태반이다. 국제 유가가 최근 내림세로 돌아섰다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이다. 정부 주도로 출범한 '석유가격 태스크포스'가 조만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유류세 인하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 상승 때는 섣불리 유류세를 내려봐야 세금만 축내고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크게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정부는 말한다. 이런 정부 논리를 대한상의는 반박했다. 즉, 최근의 휘발유 값은 2008년 3월 정부가 유류세를 10% 내리기 직전의 가격(1687.8원)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유류세를 내리면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주장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유사의 원가를 직접 계산해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다가 "정유업체들은 정부에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말만 쏟아내지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현실에 국민들은 답답해 하고 있다. 정유업체에 '성의'를 기대하기에 앞서 이제는 정부가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유류세 인하를 통해 '성의표시'라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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