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장사 대거 퇴출, 감독 강화 계기로

최근 증권시장을 둘러싼 두 가지 사건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코스닥 상장사 씨모텍의 대표이사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그 하나다. 씨모텍이 지난 2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고 증권거래소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거래 정지되자 대표이사가 자살한 것이다. 또 증권거래소의 상장 폐지 심사위원인 공인회계사 2명이 퇴출을 막아주겠다고 업체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증권시장의 불신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들이다. 올해 증권시장에서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 폐지될 회사는 3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을 투자자들은 9만명이 넘으며 손해액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지난 3년간 상장 폐지된 회사는 1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상장폐지사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고 회계감사가 강화된 결과일 수 있다. 진통을 겪더라도 옥석을 가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한 해 30~40개씩 기업이 퇴출될 정도라면 그동안 자본시장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돼왔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의 내재적 문제를 거르지 못하고 상장을 그대로 허용해준 것이다. 기업들은 우회상장 등 편법을 동원하고, 증권사들은 기업공개(IPO) 주관 경쟁을 벌이면서 기업의 구린 데를 숨겨주고 돈 버는 데만 치중한 것이다. 더욱이 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위원들이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니 한마디로 '상장'제도 근본에 대한 불신을 키울 만하다.  올해에도 100개가 넘는 회사가 상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더기 상장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실 기업을 제대로 솎아낼 수 있도록 좀 더 꼼꼼하게 심사해야 할 것이다.  상장 후 자금조달 과정 등에 대한 감독도 허술하다. 허위 공시와 횡령 배임을 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LIG건설의 경우 4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열흘 뒤 부도가 났고, 씨모텍은 1월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두 달여 만에 주식거래가 중지됐다. 이러다가는 증권시장의 신뢰가 모두 무너질까 우려된다. 당국은 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주간사 증권사에 대한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 상장사가 자금 조달에 나설 때도 한층 엄격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