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아이폰 때문에 죽겠소'

매출 영향력 큰 SKTKT 경합에 들러리 신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임선태 기자]SK텔레콤과 KT가 애플 아이폰을 놓고 피할 수 없는 결전을 벌이면서 애플을 제외한 다른 국내외 휴대폰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는 4월부터 6월 사이에 전략 제품들이 일거에 출시되는데 국내 1, 2위 이통사들이 아이폰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의 경우 이통사 마케팅의 영향에 따라 매출을 결정되는 구조에서 아이폰을 둘러싼 양사의 마케팅 전쟁이 다른 휴대폰 업체에게는 '독'이 되는 셈이다.24일 휴대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제품 초도 물량과 마케팅 수량을 논의하러 SKT와 KT 관계자를 만났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했다”면서 “아이폰이 처음 수입됐던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현재 아이폰4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T는 아이폰4를 출시하면서 KT에서 아이폰을 개통한 뒤 SKT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AS를 제공했다. 이미 1만2000여명이 KT에서 개통한 아이폰을 SKT에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안드로이드용으로 자체 개발한 앱 60여개도 4월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SKT는 자사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과 디지털 음악서비스 '멜론'도 서비스 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KT에서 아이폰을 구매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SKT가 공세에 나서자 KT도 방어에 나섰다. KT는 최근 아이폰3GS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아이폰4로 바꿀 경우 기기값을 10만원 할인해주고 유심카드, 할부채권료 등을 모두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대리점에서 출고가를 10만원씩 인하해 판매한 적은 있지만 KT가 직접 나서서 가입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양사의 마케팅 전략이 아이폰에 집중되면서 오는 4월 말부터 전략 스마트폰들을 대거 출시할 예정인 휴대폰 업계가 울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를 비롯해 모토로라의 '아트릭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아크'가 4월 중 공개되고 5월부터는 팬택과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아이폰5가 걱정이다. 정확히 말하면 애플의 아이폰5가 아니라 SKT의 아이폰5, KT의 아이폰5가 걱정인 셈이다. 이미 두 회사는 아이폰5가 출시됐을 경우를 가정해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다. 2년간의 약정 가입 해지자가 풀려나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아이폰5에 마케팅 역량을 총 동원할 계획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아이폰과 갤럭시S가 싹쓸이 하다시피 했는데 이통사 마케팅의 영향이 컸다”면서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장 뒤로 밀리다 보니 SKT와 KT의 마케팅 경쟁으로 인한 국내 휴대폰 시장의 쏠림현상이 올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와 KT는 4월 출시되는 아이패드2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애플이 4월 우리나라에 아이패드2를 정식 출시하겠다고 밝히자 KT는 즉각 아이패드2 출시를 발표했지만 SKT는 출시를 검토중이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태블릿PC를 바라보는 두 회사의 시각차에 있다. KT는 아이폰과 아이패드1에 이어 아이패드2를 연이어 출시하며 'KT=아이폰'이라는 등식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SKT는 애플이 직접 판매하는 '아이패드2'의 경우 팔아도 별 이익이 없기 때문에 아이폰5에 마케팅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KT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영역”이라며 “KT와의 본격적인 경쟁은 아이폰5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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