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KTX 결함, 일손부족이 고장·사고 불러”

탈선, 정지 잇따르자 ‘안정화단계서 생길 수 있는 일’ 해명 무색…코레일, “노조주장 일뿐”

현대로템이 개발, 생산한 KTX-산천이 대전역 구내에 서 있다.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긴급진단-추락하는 철도강국] (중) KTX 사고 왜 잦나고장·사고 여파 승객 불편, 시간손해, 직·간접 교통·물류비 등 엄청나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 ‘현장과 원활한 소통 부재도 한 원인’ 분석‘차량 결함 못잖게 안전점검, 정비, 조직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열차 운영시스템 개선 등 종합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코레일의 총체적 관리부실이다. 긴급처방이 시급하다.’최근 고속열차의 고장·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에 쏟아지는 지적들이다. 달리던 열차가 멈추거나 탈선하는 등 자꾸 말썽을 부리자 빨리 손을 써야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올 들어 일어난 KTX 고장사고는 5건. 탈선 등 확인된 것 말고도 시스템장애로 운행차질을 빚은 건수까지 합치면 더 많다. 사고 여파는 다른 열차에까지 줄줄이 미친다. 승객들 불편은 물론 시간손해와 직·간접의 교통·물류비까지 따지면 엄청나다.지난달 25일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던 KTX 106호 열차 고장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그날 오전 8시24분께 경기도 화성시 매송동 부근에서 열감지기 이상으로 40여분 멈춰 섰다. 이에 따라 서울로 가던 승객들 출근길이 50분쯤 늦어지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같은 시간대 이곳을 지나가는 다른 열차들의 지연도 잇따랐다. 고속열차의 사고와 오·작동이 왜 잦은 것일까. 교수 등 철도전문가들과 전·현직 철도직원, 코레일 노조 의견을 종합하면 2가지로 요약된다. 열차국산화에 따른 시행착오, 정비·보수인력 줄이기에 따른 외부용역 확대가 그것이다. ◆ 짧은 기간에 개발한 국산열차의 결함=2004년 4월 운행을 시작한 KTX는 프랑스 알스톰이 만들었거나 국내서 조립했다. 반면 KTX-산천은 국산화율이 87%다. 창원에 있는 현대로템이 지난해 세계 4번째로 국산화한 고속열차다.우리 기술진이 짧은 시간에 만든 열차인 만큼 시행착오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수입부품을 국내서 개발·생산하면서 개별부품엔 문제가 없으나 이들을 결합한 뒤엔 그렇지 않다는 것. 코레일이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존 KTX 고장건수는 25건, 지난해 3월부터 운행된 KTX-산천은 28건이다. 2004년(KTX 81건)보다는 적지만 고장비율에선 큰 차이가 아니다. ‘운행초기 실수’ ‘안정화단계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현대로템의 해명을 무색케 한다.

KTX의 고장사고가 잇따르자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지난달 야간궤도검측차를 타고 관련시스템를 점검하고 있다.

◆ 정원감축에 따른 후유증=고속철도의 잦은 고장사고는 열차정비, 시설보수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이같이 문제가 다뤄졌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코레일이 공기업선진화 계획(2009~2012년)으로 줄이는 인력이 정비·보수분야에 치우쳐있다”면서 “이런 점이 고장사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공기업선진화 계획에 따라 주는 정원은 5115명. 차량, 시설, 전기 등 정비·보수 관련인력이 57.9%(2958명)이고 나머지(2157명)는 운전·역무·열차승무업무 직원들이다. 정비·보수인력이 줄고 그 후유증이 열차고장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줄어드는 수만큼 외부용역으로 돌리고 첨단장비를 쓴다지만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리한 구조조정’에 따른 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 현장과의 원활한 소통 부재도 한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KTX 점검대상 운행거리가 3500km서 5000km로 늘었고 격주마다 하던 신호설비도 월 1회로 바뀌었다. 2일 주기였던 신형전기기관차 검수 또한 7일 또는 5000km 이후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KTX의 잦은 고장·사고가 인원감축에 따른 것이란 지적에 반론을 편다. 한 관계자는 “노조주장일 뿐이다. 정원감축은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지 현장업무엔 차질이 없다”면서 “인원 줄이기와 정비·보수용역은 노조와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안전 불감증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올 들어 일어난 고장·사고의 상당수가 금·토·일요일에 났다는 점이 뒷받침한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주말과 휴일에 승객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란 견해다. 지난달 11일(금) 광명역에서의 KTX 탈선사고가 좋은 사례다. 선로전환기 노후케이블작업 때 너트를 제대로 끼우지 않았거나 기차가 직진만 할 수 있게 한 뒤 관제센터에 연락을 안 해 ‘일’이 벌어졌다. 철저한 안전점검과 근무기강 확립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대목이다. 왕성상 기자 wss404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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