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 낙하산 취업제한, 더 엄격히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발표할 저축은행 종합대책에 저축은행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모든 직원들이 저축은행에 취업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금융위는 4급(서기관) 이상, 금감원은 2급(부국장) 이상 간부들만 퇴직일로부터 2년간 유관기관 취업이 금지돼 있으나 앞으로는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저축은행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나 금감원 직원들 일부에서는 이런 방침에 대해 '취업 자유의 제한'이라거나 '저축은행 부실 책임을 하급 직원들에게 전가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모양이다. 그래서 당국은 '금지'조치보다는 저축은행 업계의 자율 결의 형식으로 금융당국 출신을 감사로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정책 결정자들의 실패와 무능은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정책 책임의 추궁과 별개로 금융당국 출신의 저축은행 감사 취업 제한 조치는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금융계의 병폐 중 하나는 금융당국자들이 퇴직하면 으레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꿰차는 것이 당연한 관행으로 자리 잡은 점이다.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 출신을 감사로 받은 이유는 추정하기 어렵지 않다. 금융사고나 법규 위반 때 금융위 등 정부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조사나 처벌 강도를 누그러뜨리려는 로비스트 역할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금융회사의 내부 견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형식적인 감사 기능으로 저축은행 부실이 초래된 측면도 있다. 금융당국 출신들은 과거 은행, 보험사 감사로 많이 갔으나 수년 전부터는 저축은행에도 내려가기 시작, 현재 금융당국 출신 저축은행 감사도 19명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퇴직 예정자들의 일자리 주선 차원에서 적극 나서지 않았으면 이런 현상이 빚어질 리가 없다. 당국 스스로 감사 기능을 무력화해 온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 기회에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이나 보험사 업무를 담당했던 금융당국자들이 바로 그 회사 감사로 가지 못하게 제한해야 할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법 규정을 피하려고 직원들을 이런 저런 부서에 돌리면서 경력 세탁을 한 뒤 감사로 내보내는 편법부터 없애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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