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물가 기차 달린다… 하반기는 더 막막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연초 한파·구제역·유가 상승·경기 회복. '물가불안 4종 세트'가 1년 전과 비교한 2월 소비자물가를 4.5%까지 끌어올렸다. 2년 3개월 사이 가장 높은 오름폭이다. 문제는 이런 고물가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중동의 정국 불안은 경기 회복기 국제유가에 불을 지폈다. 상수도와 전기요금 등 상반기에 간신히 묶어둔 공공요금도 하반기 줄인상될 전망이다. 경제연구소들도 이달 중 국제유가와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위태롭게 '5% 성장, 3% 물가' 깃발을 붙들고 있는 정부는 2일 오전 물가안정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고 "비상물가 대응체제 아래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날 언급한 공공요금 동결과 관세 인하, 기업 경쟁 촉진, 에너지 절약은 이미 다 나온 카드들. 정책 곳간도 사실상 바닥이 났다. ◆1년 새 배추 95%·고등어 45% 올라2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1년 새 4.5%, 한 달 새 0.8% 올랐다. 전년동월대비 물가 오름폭은 지난 2008년 11월(4.5%) 이후 가장 높다.
이달엔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3.1%까지 치솟아 걱정을 키웠다. 2월 근원물가는 3.1%로 2009년 8월(3.1%)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처럼 계절과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빼고 계산한다. 근원물가가 2.0%대의 안정권을 벗어났다는 건 물가 흐름이 추세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의미다. 2월 물가에는 1년 새 값이 크게 오른 과일(31.9%)과 채소(25.5%), 생선·조개류(11.9%) 등이 큰 영향을 줬다. 휘발유(11.1%)와 등유(19.3%) 등 공업제품 가격도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유가·공공요금 高高지금도 문제지만, 갈 길은 더 멀다. 곳곳에 고물가를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널려있다. 중동의 정세가 위태롭게 돌아가자 주춤하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1일 국내에서 주로 쓰는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는 소폭 하락해(0.97달러·0.90%) 배럴당 106.44달러를 기록했지만,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9.63달러로 2008년 9월 이후 가장 비싸게 팔렸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2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00.24달러.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선을 넘어선 건 초고유가 시기이던 2008년 8월(배럴당 112.99달러) 이후 처음이다. 줄인상이 예고된 공공요금도 난제다. 오는 7월부터 원가연동제(전기 생산에 쓰이는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도 올리는 제도)를 적용하는 전기요금은 1순위 인상 후보다. 당정은 특히 전력 성수기인 여름 전에 대안을 마련하기로 해 이르면 상반기 중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가 결정하는 상수도 요금도 하반기 인상이 점쳐진다. 서울시는 2일 "2001년부터 요금을 동결해 누적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하반기 중 상수도 요금을 9.9%에서 17%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대책은 '도돌이표'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는 2일 오전 과천청사에서 10개 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물가안정관계부처장관회의 소집했다. 하지만 떠들썩한 홍보와 달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물가안정 중심의 거시정책 ▲수급안정, 관세인하,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경쟁 촉진 등 구조 개선▲에너지 수요 관리 등 예상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해오던 대책의 나열이다. 다만 '공급 탓'만 해오던 정부가 '수요 압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등 자세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회의를 주재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물가 상승은 주로 공급 측면의 불안 요인때문이지만, 소득 증가 등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내외 물가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했다. 한편 삼성,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간연구기관들은 이달 중 '3.0% 전후'로 보던 올해 물가 수준을 '3.0% 중반'으로 수정하고, 유가 전망치도 각각 배럴당 10달러 안팎 올려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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