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나를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1

<div class="blockquote">공효진이 낸 책의 제목은 <공(효진의)책>(이하 <공책>이다. 공효진이 쓴 공책. 또는 공효진의 책. 그만큼 공효진은 <공책>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그가 호주에서 살던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키우게 된 이야기, 때론 남자친구와 겪는 갈등까지 적혀 있다. 그러나, <공책>은 공효진의 에세이가 아니라 환경 문제에 관한 책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니, 반대로 <공책>은 환경문제를 통해 슬쩍 보여주는 공효진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공효진은 <공책>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일상들을 펼쳐놓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책> 역시 “여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 내놓은 것이었다고 한다. 왜 공효진은 때론 구두를 디자인하기도 하는 패셔니스타로서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책 대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 버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을까.
환경에 대한 책을 낸 걸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아무래도 평소 이미지 때문에 책을 낸다면 패션 쪽이 아닐까 싶었다. 공효진: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다. 직업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인터뷰인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머릿 속을 정리할 때도 많고, 그러다보면 서랍을 한 번 뒤집어 엎어서 정리하듯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런 책을 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배우는 매일 출근할 직장이 없다 보니까 때론 무료하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항상 나를 찾는 직업이 아니니까. <H3>“책을 쓰며 나와 다른 상황의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했다”</H3>
책의 서문에 보면 여배우로서의 고민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공효진: 단순하게는 직업 때문에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까 해외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을 비교하게 된다. 일단 공기 좋은 곳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회색의 답답한 하늘이 안타까워 지니까. 공기가 탁하면 사람이 몸도 늘어지고 활기도 없어지지 않나. 아무래도 그런 점에서 환경 문제를 체감하게 된 게 있었고, 직장인이 아니다보니 잡생각을 할 시간도 많다. (웃음) 코팅지에서 비닐을 뜯어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화초도 키울 수 있고, 개도 키울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런데 더 큰 이유는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소외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었다. 어떤 소외감을 느끼나. 공효진: 배우들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내 마음대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아니다. 그럴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좋은 작품은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감독님은 딴 배우랑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웃음)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앉아서 도도하게 “그거 안 할래” 이렇게 말하면 그만인 게 아니다. 그러다보면 소외될 때도 꽤 많다. 그렇게 소외됐다고 느낄 때 인터넷에서 악플을 보면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돌보고 마음을 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다. 내가 아무 때나 찾아서 돌볼 수 있는 게 뭘까, 나를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다 화초나 동물 같은 것들을 옆에 가까이 두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 어떤 목적의식이 있기 보다는 내가 그냥 즐겁자고 하는 거다. 그래선지 화초나 강아지를 보살피는 것에서 환경문제를 시작한다. 책을 쓰면서 뭔가에 대해 애정을 주고 받는 것에 많이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공효진: 너무 많이 민감해하고 있었다. 세상에 할 게 굉장히 많은데 당장 앞에 놓여 있는 것들만 보면서 사람들의 시선같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실 요즘은 트위터까지 있다 보니까 내가 바깥에 나가서 뭘 하면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글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다. 그게 사실 즐거운 일일 수도 있는데 조심해야 하고 예민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애초에 많이 감추고, 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 안되는 성격이기도 하고. 그래서 굳이 날 포장하지 않고 내 생활을 보여주면서 나 자신을 스스로 매력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스스로 매력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라. 공효진: 사실 나는 안젤리나 졸리 같은 포스가 있는, ‘나쁜 여자’일 것 같은 그런 여자이고 싶었다. 하하. 그런데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 사람들하고 같이 있으면 말 제일 많고, 항상 나 혼자 떠들고 있는 편이라 (웃음) 사실 처음에는 이런 책을 내면 내 캐릭터하고 맞을지 안맞을지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만들면서 나에게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배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책을 만들어서인지 “내가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나?”하는 입장에서 쓰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공효진: 책을 쓰면서 진짜 많이 고민했던 게 이걸 읽을 독자들과 다른 상황인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설득이 될까하는 거였다. 아무래도 나는 화초나 강아지에 마음을 쏟을 시간도 있고, 내 나름의 공간도 있으니까. 매일 해야하는 일 때문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쉬기부터 해야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내가 “개를 키워 보세요, 화초를 키워보세요” 하는 게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쓰다 보니까 소심하게 푼 내용도 많다. (웃음) 내가 분명히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에 있는데 이 생활을 너무 당연하게 쓰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다행히 책을 함께 만들어주신 분이 주부거나 나보다 조금 어린 직장 여성이거나 하다 보니까 공감대를 좀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모피를 샀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재밌었다. 환경에 관한 책을 쓰면서 모피를 샀던 경험을 솔직히 말하는 것도 그렇고, 모피를 사기까지 갈등 과정을 다 밝히는 것도 재밌었다. ‘뭘 이런 것까지 밝히나’ 싶은 느낌이었달까. 공효진: 찔려서 어쩔 수 없이 쓴 거다. (웃음) 내가 겨울에 그 모피를 안 입을 수는 없을 것 같고, 이 책을 읽은 사람 중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게 될 것 아닌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도 똑같이 모자란 인간이니까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면서 소비를 많이 줄이려고 노력하게 됐고. 무언가를 살 때 내가 이걸 정말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고. 예전에는 입지도 않을 옷도 “내가 언제 또 이 옷을 발견하겠어?” 하는 생각으로 사뒀는데 요즘에는 그냥 “이 옷이 나하고 운명이면 다시 만나겠지” 하고 지나친다. (웃음) <H3>“나라도 해야, 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H3>
책의 상당부분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의 부분에 집중된 건 그런 생각의 과정에서 나온 건가. 공효진: 책을 만들 때 도움을 주신 환경 전문가 선생님하고 얘기할 때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부터 해봤다. 양치 한 번에 물이 얼마나 들어가고, 설거지는 어떻게 하는 게 맞고 하는 얘기들. 그러다 결국 우리가 일단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니까 힘이 쭉 빠졌다. 쓰레기를 아주 안 만들 수는 없고, 사람들이 아무리 잘 분리해서 배출해도 재활용하고 폐기하는데는 여전히 문제가 많고. 그런데 선생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쓰레기를 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다고 하시더라. 그래야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지고, 우리가 책을 만드는 사이에도 새로운 재활용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환경을 지키려면 재활용 기술도 발전해야 하듯이 환경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효진: 사실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환경문제는 국가가 나서야할 일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재활용 문제만 해도 재활용할 수 없게 쓰레기를 버릴 때 그냥 벌금만 내면 되도록 하는 법부터 고쳐야 제대로 효과가 날테니까. 이런 문제는 다음에 낼 책에 더 깊게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 책을 읽을 독자층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거고. 이 책을 많이 읽을 이십대는 막 돈을 벌어서 쓰기 시작해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이니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터넷 쇼핑몰으로 푸는 경우도 많고. 돈 버는 이유가 사기 위해서, 그냥 사는 목적이 사고 싶은 걸 사기 위해서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환경문제에서 소비 문제로, 다시 사는 문제로 갔군. (웃음)공효진: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집에서 밥을 해 먹어야 할 두세시간동안 일을 더 하면 일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대신 밥을 해먹지 못하고 사먹게 된다. 어차피 더 쓰기 위해 더 일을 하게 되고, 그만큼 더 쓰레기를 만들게 된다는 거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 했는데 (웃음) 읽다 보니까 굉장히 공감이 갔다. 일을 더 하면 원래 걸어오거나 버스를 타도 되는 거리를 택시를 타게 되고, 몸이 힘든 만큼 어딘가에 돈을 더 쓰게 된다. 이게 진짜 악순환 아닌가. 그래서 책 쓰면서 정말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했는데 거기까지 나가기엔 나나 독자들이나 어려운 문제라 다음 책에서 다루고 싶었다. 2권도 낼 계획인 건가? 공효진: 처음부터 2권에 쓰려고 빼놓은 얘기들이 있다. 사실 그걸 내면 이번 책보다 인기가 없을 거 같아서 걱정이기도 하다. (웃음) 조금 더 머리 아프기도 하고, 깊게 파고들면 힘빠지고. 딱히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안이 아직은 없으니까. “어떡하라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환경 문제는 특히 사람을 설득하는 문제 같기도 하고. 사람을 살살살살 꼬시면서 (웃음) “이거 좋아”, “그게 멋있는 거래” 하면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거다. 그 점에서 자신의 경험을 많이 쓰면서 일상에서의 환경 문제를 다룬 게 성공적인 것 같다. 어쨌든 그 책을 읽으면 샤워할 때도 샴푸를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니까. (웃음)공효진: 사람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 (웃음) “아우 귀찮아!” 하던 친구들도 “니가 하도 그래서 그렇게 했어”하게 되니까. 사람은 누구나 ‘나는 착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잠재돼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내가 조금 귀찮고 피곤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사람들은 “뭘 얼마나 팔아먹으려고 또 얘기를 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웃음) 이런 일은 옆에서 누군가 계속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하는 일들을 이 책을 읽고 하기 시작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하나 안 하더라도”가 아니라 “나라도 해야”라고 생각하는 거, 그게 자신에게나 세상에나 도움이 된다.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다 보면 삶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나. 책에 친구끼리 쓰던 옷이나 가방을 교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려면 자기 것과 상대방 것의 가치를 비교하면 안 된다. 공효진: 그보다는 원래 성격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난 정말 소심하고, 남의 눈치를 본다. (웃음)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고, 친구들과 있으면 “쟤는 지금 배가 고프지 않을까?”, “쟤는 약속있다던데”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그래서 생일파티를 하면 아주 괴롭다. (웃음) 다들 상태가 어떤지 계속 신경이 쓰이니까. 그러다 보니까 “너는 행복하니?”하는 생각이 화초에도 가고, 개한테도 가게 된 것 같다. 개가 혹시 밖에 나가고 싶은 건지, 햇빛이 필요한지 그런 걸 관찰하게 되니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인터뷰, 글. 강명석 two@10 아시아 인터뷰. 최지은 five@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인터뷰, 글. 강명석 two@ 인터뷰.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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