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불감증이 더 겁나는 KTX

[아시아경제 ] 열차 타기가 불안하다. 최근 열차가 탈선하거나 갑자기 멈추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는 탓이다. 주말인 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도 두건의 사고가 났다. 동대구역을 출발한 한국형 고속열차 'KTX산천'은 김천구미역 인근에서 기관 출력 고장으로 속도를 절반인 150㎞로 줄이면서 운행하다 대전에서 승객 600여명을 비상열차로 갈아 태웠다. 또 춘천에서 서울로 달리던 경춘선 급행전철이 같은 날 오전 7시20분쯤 청평역에서 멈춰 승객들은 일반열차로 갈아탔다. KTX 개통 7년 만에 지난 11일 광명역에서 첫 탈선사고가 난 데 이어 2주간 KTX는 물론 경인선ㆍ경의선ㆍ경춘선 등에서 줄줄이 열차사고가 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사고의 빈발에만 있지 않다. 사고원인 자체가 볼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탈선하는 등 기초적인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사고 원인을 제때에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특히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코레일 측이 취한 태도는 한심하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명피해는 없지 않았느냐"거나 "작은 사고인데…큰일 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사고재해와 관련한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심각한 사고가 1건 일어나기 전에 경미한 사고가 29건, 위험에 노출되는 경험이 300건 정도가 이미 존재한다고 한다. 크고 작은 징후들이 빈발하는 데도 사장부터가 무감각해 대수롭지 않은 듯 여기니 더욱 불안한 것이다. 이런 인식이라면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허 사장이 코레일의 인력을 5115명이나 감원하면서 이 가운데 58%인 2958명의 현장 유지보수 인력을 줄였기 때문이란 지적도 주목된다. 정부는 인력 부족, 기계 고장 등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철저히 조사해 대형 사고 여지를 미리 없애야 한다. KTX 사고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KTX산천'에서 대부분 일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월 투입된 KTX산천은 1년도 안 되는 사이 30여차례 사고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현대로템 측은 '운행 초기 실수'라고 변명하지만 사고가 너무 잦다. 개발 독점으로 차량제작이 느슨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래서야 수출시장에는 어떻게 나서겠는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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