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인천공항에서 벌어진 뜨거운 해후

[현장스케치] 리비아 탈출 대한항공 전세기 탑승객 도착한 인천공항 현장

리비아를 탈출한 대한항공 전세기 한 탑승객이 26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해 아들을 안아보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6일 저녁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리비아를 탈출한 건설사 직원ㆍ교민들과 마중나온 가족ㆍ친지ㆍ동료들의 뜨거운 해후의 공간이었다.이날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 B구역은 예정된 대한항공 전세기 도착 시간(오후 8시 30분)보다 훨씬 전인 오후 7시 30분께부터 취재진들과 마중나온 가족들로 붐볐다. 특히 위험이 가득한 곳에서 간신히 무사히 빠져 나오는 혈육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눈은 온통 항공기 도착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에 쏠려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마중 나온 김응관(19ㆍ서울 동대문구) 군은 "너무 불안했는데,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셔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가족을 안심시키려고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언론에 나온 상황보다는 안전하니 걱정마라"고 말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 2시쯤 아버지가 전세기에 탑승한다는 소식을 알려오자 그때서야 안심이 됐다고 한다. 40대 한 남성은 조카들과 함께 매제를 마중나왔다. 신한건설 소속 직원인 매제는 한달 전 리비아로 파견됐는데, 어제 위성전화 통화에서 전세기편으로 돌아 온다고 해 조카들을 데리고 온 길이었다. 그는 "내전으로 치닫기 직전인 것 같은데 다행히 빠져나와 아이들이 안심하고 있다"며 "매제가 건설현장의 제3국 근로자들을 관리하느라 쉽게 철수하지 못해서 걱정됐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다행히 전세기를 마련해 교민들을 대피시킬 정도가 되니 다행이다. 필리핀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제3세계 근로자들은 철수를 못해 그대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26일 인천공항에 도착한 리비아 주재 한 교민이 아이들을 짐수레에 태우고 인천공항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이날 공항엔 가족을 맞이 하러 온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40대 아들 부부와 함께 손자를 마중나온 80대 노부부는 "우리 애기들 언제나 나오냐"며 연신 전광판을 쳐다봤다. 하지만 전광판의 전세기 도착시간은 처음 오후 8시 25분께로 표시됐다가 계속 지연되면서 약 10분가량 늦어진 8시 35분께나 되서야 '도착' 표시로 바뀌어 기다리던 가족들을 애타게 만들었다. 도착 표시로 바뀐 후 가족들은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어 도착해 수속을 밟고 있는 혈육들과 통화해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마침내 오후 8시 45분쯤부터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 온 교포와 건설사 직원들이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터진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 "이제야 왔구나"라며 서로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교민으로 보이는 20대의 한 여성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연신 어머니에게 "미안해 엄마. 나 혼자 나왔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5세쯤 되는 큰 애를 걸리고 갓난 아기를 안은 30대 젊은 엄마는 연신 까치발로 입국장 안을 들여보다 남편을 발견하곤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들이대는 카메라 세례에 미처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도 못한 채 그들은 눈빛으로 반가움을 나누었다. 건설사 직원들도 무사히 탈출한 직원들을 맞이하러 온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해외건설협회 소속 직원들은 전세기 탑승자들이 입국장을 나서는 내내 "안전한 귀환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한편 이날 도착한 한 건설사 직원이 전한 리비아의 상황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리비아 트리폴리 소재 카다피 왕궁 옆 공사 현장에서 근무했다는 신한건설 소속 최국진(50)씨는 "밤이면 몇 시간씩 왕궁을 공격하는 반정부군과 정부군사이에 자동소총을 동원한 총격전이 벌어졌다"며 "내 발 앞에 총탄이 박히는 바람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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