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가누르기, 폭탄돌리기?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사실 반가웠다. 16일 오후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안을 반나절 만에 뒤집었을 때. 경제기자도 뛰는 물가가 무서운 월급쟁이다. 아침 대신 즐겨먹는 빵 값에 하루 두 번은 마시는 테이크 아웃 커피 값이 줄줄이 오를 생각을 하면, 서울우유의 변심은 고마웠다. 하지만 이내 스친 생각은 '왜?'다. 서울우유는 왜 이렇게 머쓱한 해프닝을 벌였을까. 서울우유는 당초 리터(L)당 1000원 안팎이던 업소용 우유 값을 최대 65.9%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충격적인 인상폭이다. 거래처도 CJ그룹의 뚜레쥬르와 신세계그룹의 스타벅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등 만만치 않은 대기업들이다.가격 인상폭, 거래처의 성격 어느 쪽을 봐도 서울우유가 쉽게 던진 카드는 아니었다. 팔아주는 쪽 입김이 센 우유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구제역같은 변수만 아니라면 평소 우유 시장엔 공급이 넘친다. 뒷일을 생각 않고 인상안을 꺼내들긴 어렵다. 서울우유의 인상안은 저들대로 고심 끝에 내놓은 것이리라 짐작됐다. 그러니 당장 뒷말이 나왔다. 서울우유 고위 관계자가 과천(농림수산식품부)에 불려갔다느니, 전화 통화를 했다느니 뒷공론이 자자했다. 돌아보면 정부 서슬에 기업이 꼬리를 내린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풀무원은 두부 값을 평균 20.5% 올렸다가 올초 5.7% 다시 내렸다. 동서식품도 캔커피 출고가를 평균 10% 내렸다. '찔끔 인하' 비판이 있었지만, 정부에 성의 표시는 한 셈이다. 이달 초 15%까지 밀가루 값을 올리려던 제분업체들도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판매수수료 공개를 앞둔 유통업체들은 세일 경쟁을 벌이는 마당이다. 고등어 한 마리 6000원, 대파 한 단 5000원인 시대를 사는 소비자 마음으론 그렇게라도 뛰는 물가를 좀 잡아줬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다. 하지만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무섭게 뛰는데 언제까지 물가를 묶어둘 수 있을까. 완력으로 잠깐 눌러둔 물가가 후일 '대폭 인상'이라는 쓰나미로 돌아올까 무섭다. 그게 대선·총선을 앞둬 실적 쌓기가 급한 이 정부의 폭탄돌리기일까봐 더 걱정이 된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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