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게하는 뇌, 살빠지게 하는 뇌
진짜 다이어트의 적은 누구일까? 기름진 음식만 맛있다고 느끼는 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위? 항상 운동은 작심삼일로 끝내는 한심한 체력? 정작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은 ‘뇌’다. 다이어트의 방해꾼, 식욕은 위가 아니라 뇌가 관리한다. ‘아직도 계속 먹고 싶어’란 메시지를 온 몸에 보내면서 도저히 날씬해질 수 없도록 명령한다면 무조건 다이어트는 실패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뇌를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음식을 적당히 섭취하면 혈당이 증가하면서 만복중추라는 것을 자극한다. 만복중추는 ‘배부르다’하고 포만감을 느끼는 신경이다. 만복중추는 ‘먹고 싶어’라고 외치고 있는 섭취중추에게 ‘이제 나 배불러’하고 얘기해서 섭취중추가 ‘그래? 그러면 이젠 먹고 싶지 않아.’라고 하게 한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당신. 만복중추나 섭취중추가 고장 나기라도 한 것일까? 우리 몸엔 적응현상(adaptation)이 있다. 뇌의 명령기능은 생리적인 현상이나 원리보다 습관을 따른다. 평소 많이 먹는 습관을 지닌 사람은 적당한 양의 음식을 먹어도 ‘평소 만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뇌는 ‘적당하다’라고 판단하지 않아서 만복중추가 자극되지 않는다. 배부르단 느낌이 안 드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섭취중추에도 아무 신호가 가지 않게 되어 섭취중추는 여전히 숟가락을 테이블에 쿵쿵 내리치며 ‘밥을 더 달라고!’하고 외치게 되는 것이다.나는 습관의 무서움에 대해 종종 깨닫곤 한다. 좋은 습관은 반드시 나를 바른길로 이끌어주고 나쁜 습관은 사람을 망치기도 한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나비효과 특집을 했다. 가수이자 엔터테이너인 ‘길’이 무심코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는 등의 자원을 낭비하는 행동을 하면,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그러면 몰디브의 수면이 차올라 몰디브가 잠기게 되는 것을 효과적인 장치로 보여주었다. 너무 광범위한 일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거의 모든 습관이 우리에게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예전에 한 가지 실험이 있었다. 다섯 마리의 꿀벌과 같은 수의 파리를 하나의 유리병에 넣은 후 병을 가로로 세워놓았다. 병의 바닥을 창문(빛)을 향하게 하면 자연스레 병의 입구는 반대 쪽일 것이다. 물론 입구는 무엇으로도 막지 않았다. 과연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파리들은 금세 입구를 찾아 병을 탈출했다. 하지만 꿀벌은 달랐다. 다섯 마리의 꿀벌은 막혀 있는 병의 바닥에 모여 쉴 새 없이 출구를 찾았다. 이는 빛을 좋아하는 꿀벌이 오랜 습성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출구는 반드시 빛이 들어오는 밝은 곳에 있다고 생각한 벌들은 오랜 시간동안 빛을 쫓아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꿀벌들은 결국 출구를 찾지 못하고 지쳐서 굶어 죽고 말았다.누구나 원하지만 누구나 성공하진 못하는 다이어트. 잘못된 생활 습관을 버리고 올바른 습관을 취하는 것을 경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당신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소식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이틀 겨우 소식 해 보고,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어떻게 계속 이렇게 배고프게 살아!” 라고 절규하고 있는가? 조금만 참아라. 반갑게도 그런 습관을 기르기 위한 고통에는 일정기간이 있다. 습관의 66일 법칙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어떤 행동이든 66일간의 습관 형성과정을 거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66일은 배고픈 누군가에게는 참기 힘든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평생 며칠 굶었다가 다시 폭식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한다. 소식의 습관을 들이는 66일이야 말로 영원히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짧은 찰나에 불과하다. 소식하는 좋은 습관은 당신의 다이어트에 놀라운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조금만 멀리 보자. 그리고 현명하게 날개 짓 하자.전형주 미사랑비만노화방지클리닉 원장 / 식품영양학 박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