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국내 증시의 수급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심상치 않다. 올 들어 내내 소극적 매수세를 보이더니 2월 옵션만기일이었던 10일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무려 1조1000억원 가까이를 팔아치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말 '변심'한걸까?11일 코스콤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총 1조448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산 날 보다 판 날이 더 많았을 정도. 외국인은 지난해 12월에는 한달 동안 총 3조6256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바 있다. 전날에는 지난 11월 옵션만기일 이후 최대 규모인 1조997억원 상당을 순매도하면서 코스피 지수를 1.81%나 끌어 내렸다. 특히 만기와는 무관한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 4500억원 이상을 순매도 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엑소더스'가 본격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이처럼 외국인 투자자의 베팅이 주춤해진 상황이지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아직 '추세 반전'을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외면'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GEM펀드에서 지난주 2006년 이후 사상 최대 금액이 유출됐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신흥시장에 대한 선호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며 오히려 2009년 이후 2년여에 걸쳐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쏠렸던 펀드 자금 흐름의 정상화 움직임 정도로 해석하는 게 더욱 적절해 보인다"고 진단했다.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 역시 아직 '부담'을 논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지난 2007년 6월 외국인이 추세적 매도 기조로 돌아설 때와는 달리 지금 한국 시장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0배 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는 것. 당시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13배에 육박했던 데다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매수 기반 역시 탄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행태의 본격적 국면 전환은 신흥국 증시 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들어가 있던 곳에서부터 시작되겠다"며 금과 채권 시장에서 먼저 강력한 신호가 나오겠다고 내다봤다.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를 '본격적 이탈' 조짐으로까지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며 "지난해 상반기에도 경험한 바 있듯이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지수가 10% 내외의 조정을 받았던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투자자금의 공급원인 선진국에서 통화정책에 당장 큰 변화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경우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다. 안전자산인 채권과 비교해 주식의 상대적 매력 역시 여전하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의 재개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국채금리가 6% 이하인 상황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채권 대비 투자 메리트는 높다"며 "때문에 현재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 자산 내에서 시장간 투자매력에 따라 비중 조절을 하고 있다고 보여지며 비중 조절이 끝나면 매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7% 수준이다.이솔 기자 pinetree1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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