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도 북한주민들은 또 굶는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설날 당일부터 사흘이 연휴인 북한에서도 일요일인 6일까지 나흘을 '황금연휴'로 보내지만 명절용 특별배급이 거의 없고 물가상승이 심해 설 분위기는 예전보다 덜한 편이다. 음력 1월1일을 중심으로 앞뒤 하루씩 사흘을 쉬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설부터 사흘이 휴일이고 주말과 겹쳐 3일부터 6일까지 나흘이 `황금연휴'이지만 일반 주민은 떡국이나 고기 같은 명절 음식을 맛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24, 25일 연이틀 '고난의 행군' 시기(1998년)에 창작·보급됐던 노래인 '승리의 길'을 강조했다. 이에 최근 북한이 처한 현실이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와 같이 극한의 처지에 놓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후계작업'에 속도를 내야할 시점에 최악의 경제난과 고립에 처한 북한 당국이 '승리의 길'을 통해 주민들에게 결속을 호소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지적이다.정부관계자는 3일 "민족명절인 설날을 맞이하지만 북한에서는 특별한 명절로 보지 않고 있다"며 "풍족해야할 명절에도 북한주민들은 배고픔을 견뎌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월30일자 `우리 인민의 설맞이풍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설날에 설빔을 갖춰 입고 웃어른에게 세배를 하면 노인들이 손자 손녀에게 간단한 예물을 준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또 주민들이 꿩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끓인 떡국을 나누며 `세주불온(歲酒不溫)'으로 데우지 않은 술을 한 잔 마시는데, 봄철 농사준비를 위한 인민의 근면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주의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민속명절을 지내지 않던 북한은 1988년 추석을 휴식일로 정한 데 이어 1989년에 구정도 명절로 지정했으며, 2003년부터는 신정 대신 구정을 `기본 설 명절'로 지내왔다. 북한에서는 구정 이후 곧 다가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16)을 더 크게 지낸다.김 위원장의 생일은 김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15)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돼 있는데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을 쉬면서 북한 전역에서 축하공연과 체육행사, 전시회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이날도 그리 넉넉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체제의 안정화와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량문제를 해결해야하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2005년 457만t, 2006년 448만t, 2007년 400만t, 2008년 430만t이다. 쌀 생산량은 2005년 202만t, 2006년 189만t, 2007년 152만t, 2008년 185만t이다. 지난 2007년에도 북한은 작황이 좋지 않고 남한의 비료중단이 끊기자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해도 국제적인 대북지원 없이는 전체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연구기관 관계자는 "천안함사건 이후 대북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지난해 북한의 홍수피해는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식량부족 피해는 물론 전염병확산 등 2차 피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과 비료는 크게 늘었다. 곡류는 쌀(2만4400t), 옥수수(3만1400t), 콩(2500t) 등 11만3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41% 늘어났다. 비료수입도 전년동기보다 115.6% 늘어난 8만1943t이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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