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운명은? 군부재집권인가 민주국가 탄생인가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이집트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31일로 엿새째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 임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나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미국과 유럽연합 등 이집트 동맹국들은 이집트 사태의 연착륙을 위해 뭐든지 할 것처럼 보인다. 반정부 시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군부가 집권해야 할까? 아니면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좌에 있어야 하는가?.아니면 아랍의 민주세력이 집권하는 것일까?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력언론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동 평화와 이스라엘 안전을 위해 독재자 무바라크를 지지해온 미국의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무바라크,이집트 역사상 세번째 장기집권=이집트 역사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세번째로 길게 통치하는 지도자로 꼽히고 있다. 고대 람세스 2세가 67년간 통치했고 이집트 건국시조인 알바니아 태생의 무하마드 알리는 1952년까지 50년간 통치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73년의 10월 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1981년6월 열린 군 사열식에서 당시 사다트 대통령을 축출하고 집권한 뒤 30년을 통치해왔다. 그는 당초 임기 6년의 대통령직을 두번 수행한뒤 퇴임하겠다고 밝혔으나 종신 대통령의 길을 택했고, 1920년대와 1930년대 의회민주주의 전통을 수립한 이집트는 압제에 굴복했다.그리고 무바라크는 비판세력을 가혹하게 탄압했다. 무바라크는 이견이나 불만을 반역과 동일하게 여겼다. 무바라크는 양심있는 인사를 투옥하거나 해외로 추방했다.무바라크는 또 무슬림형제단을 국내 중산층과 이집트 분열을 우려해 마지못해 지지해온 미국과 유럽국가를 협박하는 데 이용했다.더욱이 권력과 재물욕이 강한 무바라크의 부인 수잔과 그의 아들 가말은 무바라크의 권력 승계를 준비했다.◆거역할 수 없는 민주화바람=권력세습에 대한 불만과 이집트가 중동의 '트렌드 설정자'라는 자부심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을 키웠다.중동에서 영화와 라디오,여성해방,의회,대중정치와 산업화는 모두 이집트에서 시작했다. 아랍사람들에게 변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겨져온 튀니지가 시위를 벌여 독재자를 퇴위시킨 것은 이집트인들에게 모욕감을 줬고 거리로 나서게 했다.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가 지난 30년동안 강요한 감옥같은 삶에 염증을 느껴 무바라크를 불마의 표적으로 삼았다.◆무바라크 축출 혁명이뤄질까=현재 이집트 시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무바라크는 지난 30년간 중동지역의 독재자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었다. 서방국가들은 중동내 안정을 확보하고 석유공급을 보장하는 한편, 이집트 안전을 위해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자금을 대왔다. 특히 미국은 지난 30년간 민주화로 독재국가가 전복됐어도 이집트 독재는 묵인했다.FT는 이를 놓고 "서방의 천박한 현실주의자들은 부패한 정권이, 젊은 아랍인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채 , 더 오래 집권하면 할 수록 위험(리스크)은 더 커진다"고 갈파했다.FT는 이에 따라 "불안정은 당연한 미래"로 단언한다. 왜냐면 현재 시위를 벌이는 대부분이 젊고 세속적인 아랍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당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FT는 덧붙였다.FT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다. 단기의 종종 환상에 불과한 이득을 얻기 위해 독재자를 지지하기 보다는 서방세계는 독재자를 대체할 아랍내 세력을 지지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랍인들과 무슬림들이 싫어하는 것은 그들에게 자유를 부인하는 자들에 대한 서방세계의 지지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미국이 지난 1979년 이후 이집트에 제공해온 연평균 13억달러의 인건비를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좋은 징조이다. FT는 아랍세계가 서방국가에 대해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인 경쟁력있는 정치세력, 열린 사회, 교육과 여권신장 등을 지원해 민주주의와 그 옹호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같은 퇴진압박에도 무바라크는 여전히 물러서겠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대의 파라오 무바라크가 그를 축출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이집트인들에게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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