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파행 왜?..서울시 '2중혜택' VS. 조합 '법대로'

서울 재개발사업이 중단 위기인 이유는?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1.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의 한 정비사업장에서는 아파트 18개동 1800여가구를 올리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 아파트 단지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중 기반시설 조성에 따른 '용적률 혜택'과 '국공유지 무상양여'는 공존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400여가구의 분양계약을 중단하거나 23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추가로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2. 같은 구 금호동의 한 정비구역 500여 가구의 아파트도 올 12월 입주할 예정이지만 시의 조치에 따라 국공유지 매입 부담금을 마련하거나 전체 가구 중 20여가구가 분양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시가 이처럼 방침을 세운 것은 공공재산을 조합에서 전용하는 것이 사회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내 정비사업장들은 법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용적률 혜택'과 '국공유지 무상양여'이 공존할 수 있음에도 서울시가 임의적으로 판단해 조치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 서울시, 무상양도 소송 유공자 '시장 표창'= 시는 도정법 자체가 미비한 탓에 조합에 불필요하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반시설 조성 등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짐에도 국공유지를 무상 양여한다는 것은 엄연한 이중혜택이라는 논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시 주민들 입장에서는 사업성 개선을 위해 무상 양여하지 않고 매입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올려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기에 소송 등을 통해 국공유지를 또다시 무상 양도받겠다고 나온다면 이는 시의 논리에 반대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비사업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국공유지 무상 양도를 받지 않고 매입해 용적률을 높여 받는 사업장이 많다. 이들 사업장이 소송 등을 통해 무상 양여 받겠다고 나오면 인허가를 내준 시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용적률이 정해져 사업승인이 난 사업장들은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조치에 따른 논란 여부를 막기 위해 구청에서는 조합에 구두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지자체들이 무상 양여건 관련 소송시 도정법 및 대법원 판례 등으로 패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률자문단을 운영하고,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직원에게 시장 표창 및 성과포인트 우대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조합 "사업 또다시 지연"= 조합은 이같은 서울시의 정책이 현행 도정법과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법과 판례를 통해 정비사업시 기반시설 조성에 따른 용적률 혜택 등을 받아도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양도받을 수 있었는데 법안 개정도 하지 않은 사항을 무조건 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시 국공유지는 무상 양도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승인인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법안에 국공유지 무상양여가 허용돼 있고 '용적률 혜택 등과 함께 적용받는 것이 위법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정비사업시 국공유지는 무상 양여 받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반 시설 조성 등에 따라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의 혜택을 받는 방식의 사업이 일반화 돼 있으며 합법적이라는 뜻이다. 시내 조합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사업을 진행한 사업장들은 당장 국공유지 매입대금을 시로 넘기거나 용적률을 조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입 결정시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며 용적률 조정시 인허가는 물론, 아파트 설계까지 다시 해야 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는 소송 등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에 구두로 전달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설명을 해야할 것"이라며 "법안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침과 달리, 사업인가가 난 사업장에 대한 용적률 하향 조정이 크지 않을 것으로 서울시측은 밝혔지만 조합과 협의를 진행해야하는 구청들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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