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꾀'로 900건의 작업 개선했죠'

현대중공업 1등 제안왕 이창식 기사 올해는 '제안명인' 도전

2010년 현대중공업 제안왕에 오른 이창식 기사(건설장비 가공부)가 제안왕 표창장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런 일은 이렇게 바꾸면 더 쉽고 편하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결과입니다."지난 24일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이창식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가공부 기사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이 기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900건에 가까운 작업 환경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내 전체 2만5000여명에 이르는 회사 직원 가운데 '1등 제안왕'에 올랐다. 1년 365일 매일 3건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지난 2003년 굴삭기 제작에 사용되는 자동용접 로봇 프로그램 기사로 입사한 이 기사는 2008년에는 3등, 2009년 2등을 차지해 사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로 대접받고 있다.끊임없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배경을 묻자, 이 기사는 선후배들의 도움과 자신의 '꾀' 덕분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낭비라고 생각되는 일을 보고 머릿속으로 설비를 변형하거나 공정순서를 바꾸는 등의 생각을 해 작업시간후 이를 선배들에게 질문했다. 경험 많은 선배들은 '내 생각에는 이러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줬고,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덧 생각은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이 기사는 이러한 아이디어로 13건의 특허도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한 건은 출원까지 마쳤다. 굴삭기 용접에 사용되는 납을 테이프처럼 감아놓은 용접 와이어는 한통에 300kg에 달해 때문에 다 쓰기 전에 재고를 확보 해야만 작업라인이 멈추질 않는다. 용접 로봇은 5일마다 한 통을 사용해 상관 없지만, 사람이 용접할 때는 사용량이 제각각이라 계량화 할 수 없어 작업자가 통을 발로 차보거나 눈으로 가늠하는 등의 방법에 의존했다.이 기사는 용접와이어에 마그네틱 자석을 붙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했다. 와이어가 줄어들면 자석도 계속 붙어 있기 위해 따라 내려가니, 자석에 눈금을 새기면 자연스레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특허까지 출원한 이 아이디어로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용접와이어를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2m 높이에 위치한 용접 시스템을 프로그래밍 하려면 하루에도 수차례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했고, 작업도 굴삭기 모델당 4.5일 정도 소요됐다. 이 기사는 상하로 자동으로 움직이는 전용 설비 차량을 개발해 안전하고 빠른 작업 환경을 구현했고 프로그래밍 소요 기간도 이틀로 단축됐다.이밖에 건설장비 용접 중 쇳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라믹으로 1회용 틀을 만들어 장착을 하는데, 이 재료를 동으로 바꿔 25회 정도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덕분에 회사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뒀다.이날도 개선 아이디어가 떠 올라 팀원과 토론을 할 예정이라는 이 기사는 매주 1~2회 팀원 전체가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다시 월 1회 열리는 건설장비 가공부 전체회의에서 이를 공유한다고 한다. '정-반-합' 변증법대로 서로 다른 생각을 주고 받다 보면 더 뛰어난 아이디어가 창출되기 때문에 이 기사는 회의에 늘 참석한다고 한다.올해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한국 제안명인에도 도전할 계획이라는 그는 "양보다는 질적으로 향상된 아이디어를 발굴해 전국의 모든 사업장 임직원들이 보다 편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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