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놓고 미국 정치권은 중국에 대한 압박에 치중하는 반면 재계 인사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태도를 보여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민주·공화 양당 하원의원은 중국이 북한에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과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6자회담을 재개하도록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008년 대통령 후보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전 하원의장인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 합동 공세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후 주석과 만난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인권과 무역개방 측면에서 더 잘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미국은 이를 도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위안화 환율 문제에 대한 논의는 미미했으며, 몇몇 의원들은 면담장 밖에서 이를 성토했다. 하원 미·중실무그룹 공동의장인 민주당 릭 라슨 의원은 면담 후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중국시장 접근을 개선해야 하며,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슨 의원은 "위안화 절상이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하며, 무대가 중국 기업쪽으로 불공정하게 기울도록 만든다"고 꼬집었다.하워드 버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후 주석과의 면담에서 환율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않은 것은 "좌절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미 의원들의 '홀대'는 후 주석 방문 내내 이어지고 있다. 앞서 19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 초대받았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모두 불참했다. 매코넬 의원은 후 주석 관련 일정 참여를 일체 거부했다. 레이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후 주석을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중국 비판자로 유명한 공화당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19일 "국빈만찬을 대접할게 아니라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후 주석을 헤이그전범재판소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국 재계는 후 주석의 방미를 적극 반기는 모습이다. 의회 주요 인사들이 대거 불참했던 19일 만찬에는 재계 주요 인사들이 북적였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회장이 후 주석과 가까이 자리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를 비롯해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등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재계의 이런 '훈훈함'은 후 주석의 방문에 맞춰 미-중 기업 간 사업 계약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미국 시가총액 1위 그룹인 GE의 활약이 눈에 띈다. GE는 중국 전력업체 화디엔(華電)에 가스터빈 50대 공급계약을 맺어 향후 5년 간 5억달러(약 5600억원)의 수입이 예상된다. 중국 에너지업체 센화그룹과 청정석탄 관련 합작법인을 세워 1억달러(약 1120억원) 이상의 기술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중국 시장 진출도 논의되고 있다. 성과가 큰 덕분인지 이멜트 CEO의 '가는 말' 역시 곱다. 이멜트는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가 세계 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2007년 거품붕괴로 끝났고, 향후 25년 간은 수십억 인구의 아시아 중산층이 세계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재계의 이런 온도차에 대해 당사자인 후 주석은 짐짓 태연하다. 20일 의회면담을 마치고 시카고로 이동해 미·중기업위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그는 '지난 십년 간 중국수출품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6억 달러(약 6700억원)를 절감해줬다'며 협력 증진을 다시 한 번 강조했으나, 인권이나 환율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후 주석 방문 기간 중 발표된 미·중 업체 간 계약은 주로 에너지·전력 등에 집중됐다.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알루미늄업체 알코아가 중국전력투자집단공사(CPIC)가 75억 달러(약 8조4200억원) 규모의 협력을 발표했고, 듀크에너지 등은 중국 궈디엔(國電)과 1기가와트급 풍력발전에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중국바오터우핵연료에 3500만달러(약 393억원)어치 제조연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밖에도 전력회사인 어메리카전력(AEP), 배터리 1위 업체 에너1 등이 중국기업과 기술제휴 및 중국 진출 등에 관한 계약을 맺었고, 대두·면화 등 농산물 분야도 수출입 계약에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경 기자 sky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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