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20년간 전셋집을 14번 옮겨다녔다. 장위동을 시작으로 석관동, 월계동 등 강북을 전전했다. 1991년 겨우 연립주택하나 장만했다. 2년뒤 산본으로 이사했다."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전세살이에 대한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그는 1971년 행정고시를 합격한 뒤 강북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국비유학생 1호로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 갈 때도 그의 아내는 전셋집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후에도 1991년까지 강북의 전셋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공무원 생활을 이어갔다. 전세민이 가진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 전세시장에 대한 그의 의견도 확고했다. 정 장관은 "현재 전셋값 상승세는 가시적인 현상"이며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한 민간주택건설이 축소되면서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감소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월세 안정대책을 물가대책에 포함했다"면서도 "언론에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너무 크게 조성한 역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세대책의 골자는 13만가구에 달하는 소형·임대주택 조기 입주와 전세자금 지원 등으로 요약된다. 이외에도 2%대의 특판 상품인 '도시형생활주택의 건립자금 지원', 공공택지 5년 임대주택용지 공급을 재개 등도 향후 전세난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실효성을 얻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며 전세자금 지원도 가계 부담 가중만 커질 뿐이라는 지적이다.정 장관도 이같은 시장의 지적에 공감했다. 정 장관은 "실제적으로 당장 전셋값을 낮추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전세대책이라는 게 따로 구성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전셋집 공급 확대에 촛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현 전세대책으로 전셋값이 당장 낮아지거나 전세난이 풀리는 상황은 연출하기 힘들다. 하지만 입주 물량 확대 등을 통해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여력을 크게 늘려놨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정 장관은 "전세 관련 해서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다 내놨다"며 "내 책상서랍 안은 지금 텅 비어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 술 한 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해외 건설 수주를 위해 가나, 이집트 등을 방문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어 우리나라에도 DHL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필요하다며 대한통운 인수전을 통해 이같은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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