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새해 벽두부터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식음료 값이 뛰는가 하면 농수산물 등 밥상 물가가 치솟고 과자 값까지 들썩인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서 물가가 얼마나 더 뜀박질할지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도 다급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물가와의 전쟁'이라는 생각을 갖고 물가억제를 위해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불안에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물가안정에 대한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하고, 관계 장관들이 다짐을 했으니 서민들의 물가 걱정은 한시름 덜게 될까.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가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는데 정부는 묵은 처방전을 다시 꺼내드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정부의 통제나 엄포로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근의 물가 불안 역시 예고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풀어놓은 넘치는 돈, 경기회복 기대, 투기성 자금 등이 끌어 올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우선 그렇다. 원유가를 비롯해 원당, 원두값이 크게 올랐다. 그 여파로 휘발유 값은 11주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탕이나 커피, 밀가루 값은 올랐거나 인상 대기 중이다. 식탁물가도 무섭게 치솟는다. 생고등어는 1년 전보다 200%, 무ㆍ배추 값도 100% 넘게 뛰었다. 폭설과 한파가 주범이다. 전셋값은 8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의 물가 불안 요인은 이처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기상 이변, 저금리와 유동성 증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등 복합적이다. 정부는 오늘 민생차관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13일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대학 등록금 동결 유도, 가격정보제공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전의 '서민물가 안정 방안'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물가와의 전쟁'은 단호한 물가안정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필승카드는 없다. 미리 대비해 전쟁이 없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저금리 문제부터 유통구조, 공기업 효율성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요인에 접근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준비 없는 전쟁은 상처를 남긴다. 인위적인 물가통제나 관리는 시장을 왜곡시켜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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