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10년, '착한 기업'의 시대

2011년 새해 첫 날이 밝았다. 한 해의 시작이자 새로운 10년을 여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고 경제 정상화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새해의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만 여전한 불확실성이 새해의 설레임을 압도하면서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구제역 대란은 결국 해를 넘겼다. '북한 리스크'는 여전히 한반도의 뇌관이다. 소통의 부재를 상징하는 4대강 갈등의 골은 깊고 심화된 양극화는 경기회복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해외 여건도 살얼음판이다. 중국의 긴축, 유럽의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 부진은 우리 경제의 갈 길이 순탄치 않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도 커다란 부담이다. 2011년은 2010년의 유산을 고스란히 안은 채 출발한다. 2011년이 가지는 의미는 짊어진 짐의 무게 만큼이나 무겁다. 올해는 21세기 두번째 10년의 향방을 가늠할 첫 단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0년 후 나는,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어떤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야 하는가. 미래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새로운 기업 패러다임 아시아경제신문은 새해 연중 기획 '착한 기업, 따뜻한 비지니스'를 시작한다. 경제의 중심축인 기업들이 경영의 패러다임을 일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자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과거의 축척이다. 미래 또한 현재가 쌓아올린 결과물이다. 밀레니엄을 연 지난 10년 동안 지구촌은 20세기의 잔재를 털고 21세기 새 질서를 구축하느라 요동쳤다. 지구촌을 흔든 최대의 경제적 사건은 리먼 브러더스로 상징되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기업의 역할에 근본적인 반성을 불러왔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익의 극대화만이 기업의 목표라는 오랜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진원지는 세계금융의 심장 미국의 월가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일체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월가의 탐욕과 부도덕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르면서 각성은 시작됐다. 기업의 기능, 책무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단순히 이윤추구를 위한 개체가 아니라 사회와 더불어 존립하는 책임있는 공동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말하는 '창의적 자본주의' 나 글로벌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이른바 '착한 기업'의 출발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며 기업들이 그동안 그런 역할을 외면한 것도 아니다. 지난 연말에도 많은 기업들이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내놨다. 단체로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하고, 상생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착한 기업'의 요구 수준은 그 같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기여 활동을 훨씬 뛰어 넘는다. 단발성, 또는 보여주기 수준의 대외활동에 만족하지 않는다. '착한 기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완전책임'이다. 기업이 체질적, 본질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다. 소비자들도 이에 적극 호응한다. ‘값이 비싸도 착한기업 제품을 사겠다'고 말한다. '착한기업'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생존의 조건이며, 경쟁력의 척도가 된 것이다. ◆착한 기업이 곧 경쟁력 시대가 요구하는 착한 기업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의미있는 국제표준이 채택되었다. 기업들의 윤리적 바이블이라 불리운 ISO26000(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이다. 기업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이 표준은 기업경영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착한 기업이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환경, 인권, 노동, 지배구조, 공정한 업무수행,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 7개 분야 300여개로 이뤄진 ISO26000의 지침은 생색내기 정도로 '착한 기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ISO26000을 무역장벽화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나 시민단체의 눈도 매섭다.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착하지 않아서 쓴 맛을 본 기업은 과거에도 많았다. 아동 노동착취로 홍역을 치른 나이키, 고객안전을 소홀히 한 토요타의 추락,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고로 100조 원을 허공에 날린 글로벌 정유회사 BP 등이 그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에게 '착한 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절대적 과제다. 하지만 인식은 부족하다. 올해 초 대한상의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ISO26000에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고 답한 곳은 4.9%에 불과했다. 아직은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에 그치고 있는게 우리기업의 현주소다. 투명성, 환경과 인권, 공정경쟁, 소비자 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이를 기업 활동에 녹여 일상화, 체화(體化)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착한 기업'은 바로 지속가능한 경영이자 경쟁력이다. 새로운 10년의 출발점 서서 착한 기업이 이끄는 시대가 활짝 열리기를 기대한다.

논설실 박명훈 주필 pmho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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