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의 '한화 털기'가 점입가경이다. 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뒤진 지 세 달. 임직원 140여명이 650여회나 조사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서울서부지검에 두 번 불려갔고 장남인 김동관 그룹 회장실 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회장을 몇 번 더 부르겠다고 한다.그룹 핵심 임원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오너 일가와 회사 전체가 수사 선상에 오른 판에 업무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차라리 빨리 사법처리를 해달라"는 그룹 관계자들 하소연을 전하기도 이젠 지겹다. 검찰이 혐의를 잡아서 수사를 하겠다는 데 뭐라 할 순 없지만 상황이 이 쯤 되니 '지나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검찰은 김 회장이 그룹 차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것처럼 이번에도 비자금으로 정관계에 대규모 로비를 벌인 의혹 등을 밝히겠다며 대대적 수사에 착수했다. 야심차게 시작된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 경위나 용처 등 의혹 규명을 위한 핵심 사안에 접근하지 못한 채 겉돌았다.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홍동옥(전 한화 구조조정본부 부사장) 여천NCC 사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수사는 완전히 엉켜버렸다.이러는 사이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언론기사에 대한 소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이번 사건을 "부실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의 돈을 끌어다 변제한 배임 사건"으로 규정하며 수사가 아직 안 끝난 사건에 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기업수사가 시작되면 언론이 정ㆍ관계 로비를 수사 목표로 제시하고 기대한 결과가 없으면 용두사미라고 비판하는 천편일률식 보도 관행이 맞는 것이냐"고 지적도 했다.언론의 집중포화를 감안하면 남 지검장의 볼멘소리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곱씹을수록 궁색해 보인다. 의혹을 밝히되 기업 업무에는 차질이 없도록 해주는 게 기업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책무 아닌가. 나오는 것도 없는데 몇 달째 뒤지기만 하는 수사를 '용두사미' 정도로 이해해주는 것도 어찌 보면 아량이다. 국민은 기업의 도덕성 뿐 아니라 검찰의 정확성도 요구한다.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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