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종이산업은 크게 세 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종이의 원료인 펄프를 만드는 과정이 있고, 여기서 나온 펄프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이 있습니다.여기에 더해 종이를 판매하는 과정이 따릅니다. 흔히 '지류유통'이라 불리는 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회사는 한솔입니다. 한솔제지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솔PNS와 일진페이퍼가 바로 그 사업을 맡고 있는데, 두 회사 합쳐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나눠 갖습니다. 최근 이 시장에서 한솔 가족간 경쟁이 뜨겁습니다. 하반기 들어 일진페이퍼가 영업망을 강화하면서 한솔PNS의 월매출을 앞지르자, 한솔PNS도 일선 영업현장 직원들을 채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내수비중이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제지산업 특성상, 지류유통시장은 공급자보다 종이를 소비하는 수요처가 상대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최일선 영업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한솔제지 오규현 대표가 최근 그룹인사에서 또다른 자회사인 아트원제지의 대표이사까지 겸직하게 된 일도 크게 보면 영업을 중시하는 이같은 풍토와 무관치 않습니다.무한경쟁 시대에 영업을 강조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영업이야말로 상품의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는 '목숨을 건 도약'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계열사끼리 서로 거래처를 뺏고 빼앗기며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겠지만 회사는 충분히 감내해야할 일로 여기는 듯합니다.최근 만난 오규현 대표는 같은 사업을 하는 두 계열사를 합병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분간 지금처럼 두 회사가 경쟁하는 게 더 좋다"며 따로 두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회사 내 같은 사업부문을 한데 합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보다는, 서로 따로 두고 경쟁하며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역(逆)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자칫 '집안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 경쟁을 거꾸로 이용하는 오 대표의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현재까지는 오 대표의 생각대로 시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올해 한솔제지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최대열 기자 dychoi@<ⓒ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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