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비예금 외환부채에 거시건전성부담금(이른바 '은행세')을 부과하기로 했다. 모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되 먼저 은행부터 적용키로 한 것이다. 외환부채에 대해 만기별로 0.20(1년 이내 단기)~0.05%(3년 초과)의 부담금을 달러로 걷어 외국환평형기금에 쌓아 두었다가 위기 때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재원으로 쓴다는 복안이다. 한국은 10여년 전 외환위기나 3년 전 금융위기 때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금융기관들이 돈 장사를 하다 초래한 금융위기로 곤욕을 치르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에 위기의 일정 부분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논의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부터 이뤄져 '은행세'로 구체화됐다. 독일, 영국 등에서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따라서 이런 부담금 부과의 당위성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이 재정충당 목적의 세금 성격의 제도를 도입한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기관 용도에 한정된 것이 특징이다. 즉 정부의 부담금은 단기외채가 너무 많이 들어오는 것을 미리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급격한 외화유출에 대비한 비상자금 확보라는 두 가지 용도가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해 과세한 데 이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줄인 바 있다. 여기에다 부담금 제도까지 도입하면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줄이기 위한 3대 틀을 갖추는 셈이다.이로 인해 단기 외채 도입이 억제될 경우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은행들이 외화 차입 기업들에 부담을 전가할 수도 있다. 정부는 외화수급을 면밀하게 파악해 부작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전체 은행의 외화부채 가운데 54.9%를 차지하는 외국은행 지점은 영업축소를 우려해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책임감으로 제도 안착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부는 부담금 부과를 일단 은행권에 한정하고 있으나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 과거 종합금융회사 등 비은행 권의 과다한 단기외채 도입과 유출이 외환위기를 촉발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정부는 비은행권의 단기외채 동향도 유심히 살피고 부담금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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