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부평점·부평역점·삼산점 몰려있는 인천 부평 일대 분위기 '극과 극'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9일 시작됐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판매가 논란 끝에 중단됐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13일 동반성장위원회에 참석해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하는 차원에서 오는 16일부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는 '버뮤닭 삼각지대'라는 신조가 생기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네티즌들이 롯데마트 부평역점ㆍ부평점ㆍ삼산점이 반경 5km 안에 몰려 있는 인천 부평구 일대를 '버뮤닭 삼각지대'로 명명한 것이다.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 판매로 인근 통닭집들이 버뮤다 삼각지대에 들어갔던 배나 비행기처럼 모두 '실종'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패러디'의 산물이다. 지난 12일 돌아 본 '버뮤닭 삼각지대'의 분위기는 '극과 극'을 달렸다. "퇴직금 털어 넣은 서민들의 마지막 희망을 무너뜨리는 짓"이라는 치킨집 사장들의 절규와 "싸고 맛있는 치킨을 사먹게 되니 참 좋다"는 소비자들의 환호가 엇갈렸다. 치킨을 팔고 있는 롯데마트는 치킨이 불티나듯 팔려 아침 일찍 동나고 다른 물건들의 매출도 늘어나는 등 '미끼 상품'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찾아간 롯데마트 부평점은 주차장에서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각 매장에도 손님이 가득했다. 그런데 정작 치킨 판매 코너엔 매진을 알리는 종이판만 붙어 있었다. 어찌된 일일까? 직원에게 문의하니 "아침에 오픈하자 마자 팔렸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지점에는 하루 닭 250마리 정도가 배정되는데,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던 손님들이 가게 문을 열자 마자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다 팔렸다는 것이다. 직원이 보여 준 내일자 예약 손님 명단에도 수 십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옆에서 한 30대 여성은 "그럼 언제 오면 살 수 있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삼산점과 부평역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삼산점 한 직원은 "아침에 줄을 선 사람들때문에 표까지 나눠줘야 했으며, 매장 문이 열리자 마자 몽땅 팔려 나갔다"며 "예약을 하거나 아침에 일찍 와서 사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치킨의 '미끼 상품'으로서의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삼산점 치킨 매장 옆에서 만난 최철환(부평구 갈산동ㆍ55)씨는 치킨을 사러 왔다가 '그냥 가기 뭐해서' 저녁때 먹을 반찬거리하고 고기를 사서 귀가하던 길이었다. 최 씨는 "매진됐으면 가게 앞에다 좀 써 놓던가 해야지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며 "미끼 상품이라던데, 내가 확실히 낚인 것 같다"며 웃었다. 또 롯데마트 내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대체로 치킨 판매를 둘러 싼 논란에 대해 "좋은 일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부평점 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김화순(36ㆍ여)씨는 "그동안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때마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대형마트는 원래 싼 값으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하는 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치킨집들은 손님이 줄어들어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롯데마트 부평점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삼거리에 있는 C치킨 사장 한영현(가명) 씨는 롯데마트 치킨 판매에 대해 "그게 대기업이 할 짓이냐"며 불만을 토해 냈다. 인근 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된 후 퇴직금을 몽땅 털어 이 집을 10년 가까이 영업 중인 한 씨는 "롯데마트가 치킨을 팔기 시작한 후 매출이 20% 정도 줄은 것 같다"며 "인건비나 원가를 볼 때 그렇게 많이 남겨 먹는 것은 아닌데 롯데마트가 치킨집 사장들을 도둑놈으로 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부평역 인근 유명브랜드 치킨점 김영철(가명)씨도 "우리 가게에서 부평역점이 700m 정도 인데, 이 근처에만 치킨 집이 20개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모여서 대책을 논의해보던지 할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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