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11일 술자리는 사실...성희롱 여부에 대해선 주장 엇갈려
지난 11일 밤 러시아 해군과 해군 인천해역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만찬을 가진 인천 송도유원지 한식당.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해군 인천해역방위사령부(이하 인방사) 소속 여군이 러시아 해군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인천 송도 유원지의 한 식당에서 러시아 함대 옛 깃발을 인수하러 온 러시아 순양함 바리야크함 소속 군인들과 인방사 소속 군인들이 술자리를 갖다가 러시아 해군 한 장교가 인방사 소속 여군을 성희롱했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그 식당에선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술판'은 사실‥인방사 "국가적 행사" 해명18일 오후 인천 송도 유원지에 위치한 해당 식당을 찾았다. 1인당 3만~5만원대의 한정식이 나오는, 깔끔한 2층 한옥 모양으로 단장된 고급 식당이었다. 식당 종업원들은 모두 당일의 회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빙을 책임진 이 식당 김 모 팀장은 "러시아 해군 장교 12명과 인방사 소속 장교 12명이 2층 별실에서 회식을 하는 등 총 43명이 3만8000원짜리 메뉴를 시켜 먹었다"고 전했다. 술도 마셨단다. 식당 종업원들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이 갖고 온 보드카와 인방사 측에서 갖고 온 맥주가 돌았고, 오후 6시쯤부터 3시간 쯤 회식이 진행됐다. 러시아 군인들은 술을 잘 마셔서인지 취한 사람은 없었고 인방사 측 군인들만 취한 사람이 있었다. 회식 분위기 자체는 화기애애하고 깔끔했다고 한다. 일단 '술판' 자체는 있었던 것이다. G20 정상회의로 전군 비상태세가 발령됐고 해군 고속함 침몰로 동료 전우들이 사망한 지 만 하루도 못되는 시간이었다. 이에 대해 인방사 측 장재현 대위는 "외국 군함이 인천항에 입항하면 관례적으로 회식을 진행했으며 상부에 다 보고된 공식 행사"라며 "비상경계령이 발령된 것을 감안해 사령관 등 핵심 보직 간부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참모장 등 비작전부서 간부들만 참석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장 대위는 "러시아 손님들이 술을 워낙 잘 마셔 대작해 주느라 술을 마시긴 했지만 취하도록 마신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성희롱 있었나? 양측 주장 맞서러시아 해군이 인방사 소속 여군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인방사 측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적극 부인했다. 장 대위는 "확인해 본 결과 여군 장교 한 명이 직위상 만찬에 참석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여군 장교가 오히려 '성희롱'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기사를 쓴 기자에게 항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장 대위는 또 "있지도 않았던 해군 여성 부사관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말에 부대 소속 여성 부사관들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화를 내고 있다"며 "러시아 군인들이 영어를 못하는 상태에서 대화는 통역으로 이뤄졌다. 만찬이긴 하지만 국가대 국가간 행사로 이뤄진 회식에서 성희롱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식당 종업원들도 기자와 만나 "남자 군인만 봤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별다른 추태는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하지만 처음 이 사건을 취재해 보도한 인천일보 해당 기자는 "확실한 취재원으로 부터 확인했다"며 성희롱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군이 회식 자리에 있었고, 러시아 해군 중 일부가 말과 행동으로 한 여군에게 심하게 추근대 옆에 있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 였다는 것이다. 식당 종업원들과 장 대위의 해명에서도 헛점이 보였다. 식당 종업원들의 경우 서빙만 해주고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추태 등이 있었는지는 알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여군 장교가 분명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없었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또 장 대위는 현장에 있지 않았던 인물인데다 해당 여군 장교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배를 타고 작전에 나가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직접 해명이라는 가장 확실한 소명의 기회를 걷어 찬 것이다. 이 자리엔 또 만찬 공식 참석 멤버인 여군 장교 뿐만 아니라 수행원으로 사진사로 여군 부사관 한 명이 참석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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