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평도 족하다'...日, 초소형 주택 유행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혼인 일본인 모리야(39)씨는 30㎡(9평) 크기의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산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다.보통 사람이라면 며칠 만에 당장이라도 뛰어나오고 싶을 만큼 좁은 공간이지만 모리야씨는 만족한다. 구석구석 수납 공간도 충분하고, 남쪽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도 집 전체를 환하게 비춰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리야씨는 단순히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살기에도 아주 좋은 집이라고 스스로를 애써 위로한다.모리야씨가 이 집을 선택한 것은 도쿄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예산은 한정되고, 내 집은 갖고 싶고, 도쿄는 떠나기 싫었던 모리야씨에게 이 집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다. 우리 돈 5억원을 들인 끝에 모리야씨는 오랜 숙원을 성취했다.일본의 오랜 경기 침체로 모리야씨처럼 자의반 타의반으로 초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15일 CNN이 보도했다. 도쿄 집값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도쿄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서민들에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모리야씨는 "어떤 사람에게는 집 크기가 중요할 지 모르겠지만 내겐 어디에 사는 지, 어떤 환경에 사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이드 아키텍트에서 일하는 건축가 수기야마 주니치씨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현재 회사 사업의 70%가 초소형 주택 건축에 집중됐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는 단순히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수기야마씨는 "충분한 돈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땅값이 비싼 도쿄에서 집을 갖길 원하는데 연봉을 따져볼 때 그만한 여유가 없다면 작은 공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행이라기보다는 팍팍한 살림살이가 만들어 낸 사회상인 셈이다.수기야마씨는 "사람이 살만한 건축물을 짓는 공간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이는 건축가들에게도 창의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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