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위주의 역사로 인해 금기사항으로 굳혀져최근 들어 금녀의 벽 붕괴
현대중공업 신입사원들이 자신이 직접 철판을 자르고 붙여 만든 구조물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남자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다’는 말이 있다.이는 여성의 우월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남자들의 영역에 여성의 진입을 불허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듯하다.바다, 조선 및 항행에서도 여성은 철저히 외면 받아왔다. 남자들만 듫끊는 분야도 보니 뱃사람들은 배를 ‘여성(She)’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선박의 ‘곡선형 몸매’가 여성의 굴곡 있는 몸매와 비슷하다는 것, 여자가 화장을 하듯 선박에는 ‘도장’을 한다는 점이 여성이라 칭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배는 남자들만 타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었다.
배가 항해를 시작하면 선원들은 수일에서 수개월을 배 안에서 지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선원들이 선원들이 싸워 이겨야 할 제 1순위 대상은 ‘거친 파도’가 아니라 ‘고독’이라고 한다. 가족·친구들과 이별하고, 육상에서 편하게 접하는 일상의 즐거움과도 떠나야 하는 그들에게 항해술을 익히기에 앞서 고독에 적응하는 훈련이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항해 중에는 성욕의 절제가 불가피한 조건이다. 즉, 여자가 배 안에 함께 있으면 선원들의 항해의 목표가 흐려지고 파도를 극복하려는 의지도 약해져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욕의 대상인 여자가 육지에 있으므로 항해의 목표가 설정된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 본다면 성차별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는 속설이다.
김소현 삼성중공업 기사가 외국인 직원과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최근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금기도 깨지고 있다. 선박이 대형화 되고 첨단 기술이 적용되면서 승선생활의 개념이 변화했고 여성 선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96년 현대상선이 처음으로 여성 항해사와 기관사를 각 1명씩 선발한 후 국내 해운회사에는 십여명의 해기사가 선원들을 지휘하며 바다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또한 미래의 해기사를 꿈꾸며 학업 중인 해양대학교(부산, 목포)의 여학생들도 400명이 넘어 가까운 미래에는 한국에서도 여성 선장과 기관장이 탄생할 전망이다.이 뿐만 아니다. 선박 설계에는 이미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여성 엔지니어들이 맹활약하고 있으며 조선소 현장에서도 남자 직원들을 관리하는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경우 늘어나는 여성 직원들이 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복지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출산휴가 제도도 강화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중공업에서 근무하는 임산부들이 모성보호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임신한 직원들에게 하절기 및 동절기 임부복 2종을 무상 지급하고 있다.
조선소가 배를 건조해 최종 성능을 테스트하는 시운전 기간에는 1주일에서 1달이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시운전에는 시운전에는 설계, 품질관리 등 전문 엔지니어에서부터 주방담당에 이르기까지 대여섯명의 여자들이 승선해 남자들과 똑같이 주어진 업무를 해낸다.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해 선주사도 ‘가족동승제’라는 제도를 마련해 선원 부인의 승선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방학 중에는 자녀의 승선 체험을 실시하는 등 직장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낸 속성이 하나하나 변화하고 있어, 여성들이 조선업에서도 더욱 큰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슬기 대우조선해양 도장 기사
한편 점점 사라지고 있으나 지금도 배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금기사항이 전해지고 있다.우선 선원들은 배 안에서는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휘파람 소리가 큰 바람을 부른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이를 말로 내뱉어서는 안된다. 안 좋은 날씨를 예고한다고 한다.같은 배에는 아버지와 아들을 한 배에 태우지 않는다. 사고가 벌어져 집안에 대를 끊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선장은 그 배의 최고 책임자이며 절대적인 권위자로서, 권위와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안 된다. 따라서 선장의 권위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동을 누구도 해서는 안되는 데 대통령조차도 식당이나 운항실의 선장 의자는 앉지 못한다.이와 함께 생선을 먹을 때에도 뒤집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생선이 배를 닮았기 때문에 뒤집는 것은 배의 전복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채명석 기자 oricms@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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