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과거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대중 음악대회였다면, 주요 20개국(G20)회의는 클래식 음악대회라고 보면 된다. G20의 성공적 개최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 아시아경제와의 새해 인터뷰에서 당시 국가브랜드위원장이었던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이 한 말이다. 어 회장은 지난해 1월 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연간 100회 이상의 언론 인터뷰와 셀 수 없는 특강 일정을 소화했고,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참석했다. 그런 어 회장에게 G20회의는 국가 브랜드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둘도 없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됐다.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후진적 이미지를 반전시키고, 한국 기업 브랜드에 따라다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G20회의장을 찾는 어 회장이 느끼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브랜드 전도사에서 금융회사 CEO로어 회장은 이제 국가브랜드위원장이 아닌 금융지주회사의 CEO로서 G20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지난 7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만이다. 이번 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에 대한 국제적 금융규제 기준을 논의하는 장이 될 전망이다. 금융기관 CEO들로서는 최대한 규제 수준을 낮추고 각 은행의 특수성을 어필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의의 기본 목표는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영업 확장을 막고 내부 리스크 규준을 기존보다 높이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협의채널을 마련하고 국내 은행들의 애로사항이 논의에 고루 반영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회의의 성격은 규제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어 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던 '메가뱅크론'과도 배치되는 흐름이다. 어 회장은 KB금융 회장 취임 직후 "우리 나라에서도 세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가 나와야 한다"며 메가뱅크·글로벌 뱅크를 강조했다. 우리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며 KB국민은행을 메가뱅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근에는 경영합리화에 매진, 메가뱅크론은 쑥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언제고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메가뱅크론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전쟁' 격전지 된 G20회의어 회장의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국제 경제 상황을 보면 G20회의가 공조의 장이 아닌 자칫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이 G20 주요국들이 '글로벌 환율 전쟁'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국내경기 급변을 막기 위해 최대한 절상에 저항하고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1%대 기준금리 동결을 감행했다. 각국 공조를 통해 경기둔화를 해결하는 대신, 각국이 자국의 살 길을 찾아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것이 요즘 형국이다. G20회의의 주요 의제가 글로벌 공조체제 구축이 아닌 '환율 불균형 조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강대국들의 사이에 끼어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주도적으로 의제를 제시하기는 커녕 싸움을 중재하느라 진만 빼게 생겼다. 어 회장은 브랜드위원장 시절 인터뷰에서 "G20개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며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다른나라가 짜 놓은 국제질서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의제설정·토론·도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오히려 '다른 나라가 짜 놓은 국제질서 속에 수동적으로' 휘말리게 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G20에 참석하는 어 회장이 이런 상황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글로벌 감각을 동원,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이지은 기자 leez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