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해외영업본부 경쟁 '행복한 고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기아자동차 내수영업과 해외영업본부는 K5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기아차가 북미 시장에 K5를 본격 출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주문은 밀리는 반면, 생산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량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K5 계약 후 출고까지 기간은 현재 최대 70일이다. 불과 한달전,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기아차 영업본부가 K5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내수 공급도 벅찬 상황에서 북미시장 수출까지 추진하니 물량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놓고 영업맨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양상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영업부문 내에서 K5 물량을 서로 갖고 가기 위해 안간힘"이라고 언급했다.K5의 내수와 수출물량은 지난 5월 출시이후 지난달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총 3만5310대가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3만2412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반면 수출물량은 약 300대 수준에 그치는 정도였다.영업본부를 포함한 기아차 내부의 고민은 내수와 수출 모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데 있다.회사 고위 관계자는 "수익을 고려하면 내수 물량을 늘이는 게 오히려 이득이지만 해외 딜러들을 무시할 수도 없다"고 언급했다. 해외 딜러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브랜드 차종도 같이 영업하는 사례가 많은데 K5 물량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딜러들의 관심이 멀어지게 되고, 이는 해외 시장점유율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국내와 해외영업 관련 부서가 기를 쓰고 물량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하도 물량이 달려서 기아차는 K5의 유럽 수출을 당분간 유보한 상태다. K5가 당초 유럽시장공략을 위해 독일차를 벤치마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이러니다.특히 최근 들어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 시장은 K5 수출 대상지역에서 배제됐다. 기아차 러시아 판매법인 관계자는 "K5가 러시아에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면서 "러시아까지 배정될 물량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K5는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기아차의 기본 모델"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매우 우수한 차종으로 평가받고 있다.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증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기아차 화성 3공장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데, 근로자들은 연일 특근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라인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증설에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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