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반복된 명절스트레스 '이렇게 풀자'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취직 안하냐, 결혼 안하냐, 누구는 이번에 공무원 시험 합격했던데, 이런 소리 듣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요?""관심이란 건 알겠는데 잔소리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네요. 누구는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사나요. (호호)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큰 형님네와 비교하는 시어머님 얘기는 솔직히 듣기 싫었어요.""그럴까봐 저는 이번 추석엔 혼자 여행 다녀왔어요. 한 소리 듣긴 했지만 잘 한 선택이라고 봐요." 누구에게나 즐겁고 반가워야 할 명절이 간혹 가족 간 생채기만 남기는 경우가 있다. 차곡차곡 쌓였던 불만이 오랜 만에 얼굴을 보자마자 터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 년 한두 번 있는 명절마다 되풀이되다 보니 갈등이 굳어지는 경우도 있다.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는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당신까지는 어떻게 봐 주겠는데, 당신 가족 일은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달 평균 이혼소송은 1300건이었지만 설 직후인 2, 3월은 2400여 건, 추석 직후인 9, 10월에는 2300여 건의 이혼소송이 접수됐다.◆올 추석 무사하셨나요? 명절은 가족 모두가 즐거워야 할 큰 행사임에 분명하지만 명절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게는 그야말로 빨간 날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트레스일 뿐이다. 허리 한 번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음식장만하랴, 몇 번 보지도 않은 친척 어른들께 친절히 대하랴, 이들은 관심이라 말하지만 나에게는 참견일 뿐인 질문들에 일일이 대답하랴. 이쯤 되면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하는 주부들의 바람이 넋두리로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명절 후 괜히 짜증이 나거나, 가슴 속이 답답하거나, 두통이 생겼다거나, 팔다리가 쑤시고 결리거나, 우울하거나 하는 증상이 생겼다면 당신은 지금 전형적인 명절후유증 상태에 있다. 일시적으로 생겼다 없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심하면 화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향에서 되돌아오는 차들로 도로는 막히고 빨간 날 내내 집안일로 지칠 대로 지쳐 있어 귀경길 차 속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다. 이럴 때에는 사소한 꼬투리가 자칫 큰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평화롭고 조용하고 무사하게 집까지 오는 방법은 서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팠던 일도, '애를 도대체 어떻게 키우는 것이냐'는 시어머니 잔소리도 떠날 때 모두 고향집 앞마당에 묻고 오는 것이 상책이다.그렇게 했는데도 분이 안 풀린다면 당장 전화기를 들어 친한 친구에게 명절 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수다로 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일종의 환기효과가 일어나 속이 시원해진다.◆우리를 강조하며 남과 비교하다여기서 절대로 이해 안 가는 질문 하나. 왜 가장 친해야 할 가족이 만나면 싸우기만 할까. 딴 사람들이야 안 보면 되는데 가족은 그럴 수도 없다.이에 대해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의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연구소 소장은 '우리'를 강조하고 '비교'를 많이 하는 문화를 문제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친척화되는 특징이 있다. 식당 주인은 금새 이모, 어머니가 되고 한두 번 머리 손질을 해 준 미용사는 어느새 언니가 돼 있다.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은 어느 순간 아버님으로 변한다. 친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너무 쉽게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 넣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우리'를 강조하다 보니 개개인의 경계를 쉽게 침범하게 된다. '나'와 '너'가 모여서 '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냥 '우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참견하고 간섭하며 궁금한 것은 뭐든지 꼬치꼬치 캐물어야 적성이 풀린다.여기에 더해 '우리 가족'은 남들보다 잘 나야 하고 남들보다 출세해야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인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아등바등 살다 보니 경쟁은 유전자에 뿌리 깊숙하게 박혀 버렸다.김혜남 소장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더라도 가족이 다 모인 자리보다는 둘이 있을 때 넌지시 물어보고 비교해서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격려하는 말솜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도움말=김혜남정신분석연구소, 삼성서울병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강경훈 기자 kwk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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