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앞에는 한 트럭 분량의 선물꾸러미가 쌓였다. 한 체육 관련 피감기관에서 추석을 맞아 의원회관 직원 전체에게 보낸 과자선물세트였다.매년 추석을 앞둔 의원회관은 택배 회사 직원들과 선물을 내리는 회관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올해는 국내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데다,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보낸 선물박스들이 회관 로비나 의원실 안에 겹겹히 쌓여있다. 선물 대부분은 동료의원들이 보낸 지역 특산물이거나 피감기관들에서 단체로 보낸 과일이나 햄 등 저가의 선물세트다.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지난 추석 보다는 선물의 양이 늘어났다는 것이 국회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재선의원의 보좌관은 "16대나 17대 보다는 선물의 양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3~4년 동안 가장 많은 선물이 들어왔다"고 전했다.그러나 산삼이나 송이버섯 등 고가의 선물은 의원 자택으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한 초선의원의 비서관은 "부담스러운 선물을 누가 버젓이 회관으로 보내겠느냐"며 "(의원)집으로 가는 것도 있다. 피감기관에서 의원의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국회의원의 소속 정당이나. 정치력, 상임위에 따라 선물의 양과 질도 달라진다. 여당 국회의원이나 유명 정치인, 경제 관련 상임위의 경우 겹겹이 쌓인 선물박스로 의원실 안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재정이 풍족한 피감기관이 많은 문화체육관광위나 은행 등 금융권을 담당하는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은 선물의 양도 압도적이다. 반면, 법제사법위 등 피감기관인 사정기관인 경우에는 오해가 될 수 있는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들의 "잘 봐 달라"는 청탁성 선물도 많아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정부기관의 운영 실태를 따지는 자리인 국감을 앞두고 선물을 받을 경우 피감기관의 잘못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부담 때문에 '안 주고 안 받기'를 실천하는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매년 피감기관은 물론 동료 의원이 보내는 선물도 돌려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추석에도 그는 단 하나의 선물을 받지 않았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선물에는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해 불편하다"면서 "피감기관들이 주는 선물은 마음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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