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영화열전④]'무적자'가 리메이크 위험 무릅쓴 이유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송해성 감독의 선택은 다소 위험했다. 새롭게 내놓은 영화 ‘무적자’는 1980년대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이다.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걸작의 리메이크. 비교는 불가피하다. 자칫 작품을 훼손했다는 비난까지 떠안을 수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투여하면서까지 항해를 이어갔다. 이유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같은 듯 전혀 다른 영화를 지향한 까닭이다.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한계를 뛰어넘지 않았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주력한 건 시각의 자유화. 원작보다 더 많이 드라마에 힘을 기울이려 노력했다. 네 남자의 거친 운명에는 어느새 멜로가 첨가됐다. 남녀 간의 로맨스가 아닌 형제애다. 탈북에 성공한 김혁(주진모 분)과 김철(김강우 분)은 각각 범죄조직과 경찰에 뿌리를 내린다. 둘은 각각 조직에서 대성할 수 있을 만한 재능을 갖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둘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형제애가 서로에게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는 든든한 의리가 아닌 애증으로 그려진다. 이는 로맨스에서나 볼 수 있는 삼각관계로 극이 흐르며 더욱 심화된다. 김혁과 함께 북한에서 탈출한 이영춘(송승헌 분)의 우정이 바로 그것. 배타적인 사회에서 주위를 겉도는 그들의 우정은 끈적거리다 못해 질기기까지 하다. 이는 경찰생활을 하는 김철과 부딪히며 높은 극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송 감독이 리메이크에 대해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자 돌파구다. 그는 말한다. “삼각관계를 그린 멜로라고 생각하고 제작했다. 특히 등장인물들 간의 감정이 그러하다. 배우들도 촬영 내내 그런 자세로 연기에 임했다.”새로운 접근은 ‘영웅본색’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충분해 보인다. 오히려 리메이크의 느낌은 촬영이나 편집 등에서 더 묻어난다. 원작에서처럼 회상 신이 등장하고 장면 설정이나 카메라 구도에서 비슷한 느낌을 수차례 선보인다. 물론 여기에 포함된 과도한 슬로 모션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은 20년이 흐른 영화 시장에서 다소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과 장면의 재현 등에는 원작에 충실하려는 연출자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래서 ‘무적자’는 리메이크 작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오히려 오우삼 감독을 위한 송해성 감독의 오마주를 묶어놓은 수작에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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