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삼성물산을 배제하고 용산사업의 새판짜기에 들어간 코레일의 의도가 만만하게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서 관건은 삼성의 역할을 대신할 건설사가 나올 것이냐 하는 것과 코레일의 적자 탈출이 가능하느냐하는 부분이다. 이점에 대해 건설사들은 "현 부동산시장 여건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코레일이 자금 조달에만 집착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코레일의 새판짜기는 주도권 행사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부분은 사실상 실현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관광개발, KB자산운용 등 재무ㆍ전략적 투자자 역시 오는 9월8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작업 등을 통해 삼성물산을 축출하겠다는 코레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정관에는 AMC 계약 해지를 위해 재직이사의 5분의 4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재직이사 10명 가운데 3명이 삼성물산 임직원이어서 통과되기 어려워 임시주총에서 결의요건을 3분의 2로 낮출 계획이다. 임시주총에선 과반수 참석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구하면 이사회 정족수 정관을 변경할 수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삼성생명, 삼성SDS, 호텔신라 등 삼성그룹 지분은 15% 등이 우호지분이다. 건설사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모두 합하더라도 27.9%밖에 안된다. 주총까지 간다면 코레일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 새판을 짠 코레일과 재무적 투자자들은 투자금에 대한 건설사의 지급보증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참여 건설사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지급 보증을 다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새로운 AMC가 출범해도 논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건설업계에서는 코레일의 투자 확대가 부채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코레일이 4조5000억원 상당의 랜드마크 빌딩을 매입할 경우 당초 빌딩 선매입을 약속했던 1조2000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투자금액이 늘어난다. 사실상 토지주이자 투자사인 코레일이 용산역세권 토지대금을 떠안은 셈이다.코레일은 드림허브PFV로 부터 받을 땅값 10조5400억원(땅값 8조원, 이자 2조5400억원)으로 계약금 20%를 비롯해 빌딩 매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국토해양부 등 정부와 아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코레일의 현재 부채는 빌딩 매입금액과 맞먹는 4조5000여억원대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코레일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사업 초기 코레일이 사업이익보다는 땅값을 많이 받는데만 혈안한다는 지적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땅값을 받아 다시 사업비를 댄다면 이 사업을 통해 적자기업을 탈피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실현하기는 어려워진다. 용산사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3조원 가량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국민 부담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한편 건설업계 일부에서는 코레일이 던진 승부수가 되레 삼성물산에 실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으로는 사업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형편에서 절대 '밑질 것 없는 장사'란 설명이다. AMC 계약을 해지할 경우 삼성물산은 용산개발사업의 단순 시공자로의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이와 관련, 새판짜기가 용산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땅값 재조정, 사업시기 조절 등의 방법이 있는데도 지나치게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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