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이대호(롯데)가 최고의 거포로 떠올랐다. 9경기 연속 홈런으로 세계 프로야구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이대호는 14일 광주 KIA전 3-0으로 앞선 2회 1사 1, 2루 맞은 타석에서 상대 선발 김희걸의 포크볼을 받아쳐 중월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38호. 프로야구 사상 첫 9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대호는 세계의 벽마저 넘어섰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 홈런의 주인공은 1956년 대일 롱(피츠버그), 1987년 돈 매팅리(뉴욕 양키스), 1993년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등 총 3명이다. 모두 8경기 연속 아치를 그려냈다. 이대호는 13일 광주 KIA전에서 아킬리노 로페즈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다음날 같은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대포를 쏘아 올려 독보적인 선두로 올라섰다. 일본프로야구 최고기록은 1972년 오 사다하루(요미우리)와 1983년 랜디 바스(한신)가 각각 세운 7경기다. 절정의 타격감. 이대호 스스로도 이를 인지한다. 그는 14일 경기 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13일 로페즈의 몸 쪽 싱커를 쳐 만든 홈런은 내가 봐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사실 9경기 연속 홈런은 부상 속 투혼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11일 사직 삼성전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과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다. 경기 뒤 방송인터뷰를 거절하고 바로 아이싱을 받을 정도였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이는 적잖게 타격에 영향을 미쳤다. 다음 경기서 초반 몸이 조금 앞으로 쏠렸고, 이로 인해 풀스윙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는 편식 없는 타격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대호는 직구, 변화구에 모두 강한 편이다. 중심을 끝까지 잃지 않는 부드러운 스윙 폼으로 변화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 특유의 강점은 이번 홈런행진에서 어김없이 빛났다. 홈런 9개 가운데 6개를 변화구를 때려내 만들었다. 그 종류는 다양하다. 포크볼이 2개로 가장 많았고 체인지업, 커브, 투심, 체인지업이 각각 1개씩이었다. 이 가운데 실투는 절반인 3개였다. 이대호는 코스도 가리지 않았다. 당초 스트라이크 존 하단부에서 좌우로 공 한 두 개가 빠진 지점이 약점으로 거론됐다. 특히 높은 공을 승부하다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유인구에 다소 성급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시즌 그는 달라졌다. 이마저 장타로 연결시키며 투수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다. 13일 KIA전 7회 로페즈로부터 터뜨린 솔로 홈런이 대표적이다. 몸 쪽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낮은 싱커를 특유의 손목기술을 발휘해 담장 밖으로 넘겨버렸다. 경기 뒤 로페즈는 “정확히 제구가 된 공이었다”며 “어떻게 받아쳤는지 신기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홈런행진은 당겨치기에 그치지 않았다. 좌측 담장을 6번 넘겼지만 중월홈런도 3개나 포함됐다. 특히 14일 김희걸로부터 뽑은 홈런은 밀어치기에 가까웠다. 특유의 괴력을 바탕으로 타구의 강한 회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는 평가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를 만나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한 셈이다.
팀 내 한 방을 갖춘 중심타자들의 가세도 상승세에 한몫했다. 이전까지 이대호는 타 팀 두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아왔다. 롯데 타선에서 장타를 갖춘 타자가 드물었던 까닭이다. 앞, 뒤로 각각 배치된 강타자 홍성흔과 가르시아는 그를 사슬에서 자유롭게 만들었다. 혼자 타선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마저 잊게 했다. 15일 현재 이대호의 타율은 3할6푼8리다. 정규타석을 채운 역대 성적 가운데 단연 앞선다. 그간 넘지 못했던 30홈런고지는 뛰어넘은 지 오래. 38개로 매 경기 자신의 기록을 수정해나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띠는 건 타점이다. 지난해 133경기에서 100타점을 뽑아내며 생애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올시즌 그는 이마저도 넘어섰다. 31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102경기에서 11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통산 두 번째 타격 트리플크라운은 결코 꿈이 아닌 셈이다.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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